33만원짜리 '문스와치', 580만원에 리셀.."공급량 조절 고도의 마케팅"

한정판 제품도 아닌데 폭발적 수요
전문가 "공급량 조절, 한정판보다 효과적"
시계 시장 과열 틈 타 브랜드 이미지↑
  • 등록 2022-03-30 오전 11:19:31

    수정 2022-03-30 오전 11:19:31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스위스 고가 시계 브랜드 오메가와 중가 브랜드 스와치가 협업해 만든 33만원짜리 ‘문스와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중고 시장에서는 유통가에 4배~10배 높은 리셀(Resell·재판매) 가격이 형성되는가 하면 18배 높은 580만원을 부르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과열된 시계 시장에서 브랜드들이 공급량을 조절해 빚어진 기현상이 계속되면서 한정판 제품이 아닌 제품도 웃돈을 얹어 사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메가X스와치 협업 제품 ‘문스와치’ 컬렉션. (사진=스와치)
30일 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문스와치’ 제품이 45만원~290만원대 가격표가 붙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티파니 블루 천왕성 모델을 580만원에 판매한다는 게시글까지 올라왔다.

지난 26일부터 판매가 시작된 문스와치는 발매 첫날부터 ‘오픈런’이 벌어지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서울 스와치 명동점을 비롯해 스위스 제네바, 이탈리아 밀라노 지점에서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문스와치’는 지난 1969년 닐 암스트롱이 달 탐사 당시 착용한 오메가의 ‘문워치’의 디자인과 크기를 그대로 반영한 시계다. 소재나 재질은 오메가와 다르지만 스와치 시계지만 다이얼 오메가 로고가 새겨졌다. 컬렉션은 태양계 행성 이름을 따 총 11개로 구성됐다. 약 700~900만원대 오메가 문워치와 비슷한 시계를 3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고 하자 수많은 인파가 몰리고 리셀 가격도 치솟은 것이다.

▲지난 2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스와치 티파니 블루 천왕성 제품을 580만원에 판다는 게시글. (사진=펨코)
특이한 점은 문스와치 제품이 한정판 제품이 아니란 점이다. 스와치는 지난 27일 공식 트위트 계정을 통해 “고객들의 열정이 당사 제품 제공량을 넘어섰다”며 “문스와치 컬렉션은 한정판이 아니고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다시 출시될 예정으로 추후 온라인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는 시계 브랜드의 공급량 조절 전략이 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의 열망을 끌어올린 후 조금씩 물량을 풀어 더 열망하게끔 하는 식이다. 코로나19 이후 시계 시장이 과열된 상황을 이용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공급량을 조절해 브랜드에 사람들의 관심을 계속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라며 “한정판으로 한 번 끝나고 마는 게 아니라 계속 줄을 서게 함으로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열망을 더 붐업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롤렉스 오픈런 대기 행렬. (사진=백주아 기자)
대표적인 예가 스위스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다. 롤렉스의 경우 코로나 이후 2년 넘는 시간동안 오픈런 행렬이 매일 같이 이어지고 있다. 롤렉스 본사 측은 ‘제품 희소성은 롤렉스의 전략이 아니고 공급량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품귀 현상으로 전세계적으로 리셀 가격이 최소 300만원~1000만원까지 치솟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 오히려 ‘호재’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명품 패션 시장의 상황은 다소 완화되는 추세지만 시계 시장이 과열 양상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며 “수요가 과열된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리셀가가 치솟지만 공급이 점차 풀리면 가격은 다시 내려갈 수밖에 없고 결국 높은 가격 주고 사는 소비자만 손해보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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