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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폭증한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주도로 약 60개 개발도상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 및 백신 제약회사들을 상대로 백신에 대한 지재권 중단·포기를 요구하는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들 국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백신 지재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새로운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WTO를 통하더라도 선진국과 제약사들의 백신 지재권 포기가 현실화하긴 어려울 전망이 제기된다. WSJ은 “WTO 지식재산권협정(TRIPS)에선 각국이 비상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990년대 에이즈 위기 이후 모든 백신이 무수한 개별 특허권을 기반으로 삼고 있어 해당 규정을 적용하려면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개도국들이 백신 지재권 포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빈곤국·개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폭증하는 가운데, 선진국들과 다른 국가들 간 백신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선 시체가 쌓여가고 있는 반면, 영국과 미국 등 백신을 직접 제조하는 선진국들에선 상점이 다시 문을 여는 등 팬데믹(대유행)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WSJ은 “인도에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에만 40만명을 넘어서고, 브라질, 터키 콜롬비아 등 빈곤·중간 소득 국가들에서도 신규 환자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선 약 30% 국민이 접종을 마쳤으나 인도 접종률은 2%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 국가와 개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글로벌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지재권을 일시 해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인도의 경우 전 세계 코로나19 백신의 약 60%를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자국 우선 공급을 위해 백신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CNN방송은 “인도와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 촉발한 감염 폭증세로 전 세계 하루 확진자가 90만명을 넘어섰다”며 “유일한 해법은 백신을 필요로 하는 국가에 물량이 충분히 돌아가도록 국제사회가 협력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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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과 유럽 제약사들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칫 러시아나 중국 등에 민감한 정보가 넘어갈 수 있는데다, 개도국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백신을 대량 양산해 유통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제약사들의 주장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존스앤드존슨(J&J) 등 대형 제약사들은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지재권 포기에 반대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앞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재권 포기를 포함해 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낮은 비용으로 생산·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재권 포기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라며 “우리는 무엇이 가장 타당한지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전 세계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90만 4627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인도와 터키, 이란 등지에서 확진자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도에선 이날 오전 기준 하루에만 40만 1993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 사상 처음으로 40만명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