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세액공제 확대·경단녀 지원…경제계가 제언한 입법과제

전경련, 40대 입법과제 담은 '21대 국회에 바란다' 발표
"한국 경제 근본적 회복력 높이기 위한 과제 선정"
  • 등록 2020-06-02 오전 11:00:00

    수정 2020-06-02 오후 9:54:23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침체한 한국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국회는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환경 개선,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는 입법 활동을 해야 한다고 경제계가 요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코로나19 이후 경제 회복력 복원을 위한 입법과제 40개를 담은 ‘제21대 국회에 바란다’를 발표했다.

전경련은 투자 활성화를 위해 규제비용관리를 ‘One in, Two Out’으로 강화하고, 시설투자 세액공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의 규제 경쟁력은 규제비용관리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게 경제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원(IMD) 국가경쟁력 평가의 기업규제 관련 순위는 63개국 중 50위에 그친다. 특히 한국의 규제비용관리제도는 영국의 초기제도인 ‘One in, One Out’ 제도에 머물러 있으며, 2016년 7월 규제비용관리제 시행 이후 총량 기준으로는 오히려 순 규제 건수가 증가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로 위축한 경영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비용관리제가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도입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규제비용 발생이 예상될 경우 반드시 2개 이상 규제를 개혁할 수 있도록 ‘One in, Two out’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규제비용 부담이 완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 활성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침체돼 온 민간투자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신설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임시투자세액공제가 2011년 폐지된 이후 에너지절약, 환경보전 등 특정목적의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만 있고, 일반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2018년 2분기부터 7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민간투자를 플러스로 반전시키기 위해 단순하고 효과적인 조세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설비투자 금액에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 해주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제도 신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전경련은 또 일자리환경 개선을 위해 경력단절여성(경단녀) 채용 인센티브 조건 완화와 최첨단분야 학과 정원 총량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기업이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 단위기간 연장을 허용하는 것 외에도, 산업 전반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 문제에 대한 방안도 시급히 논의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출산·양육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경력단절 여성이 재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어 한국의 여성 고용률(57.2%)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65.0%) 이하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 여성인력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경단녀를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경련은 주장했다. 현재 동일 기업, 동종 업종에 1년 이상 근무했다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재고용 할 때만 기업에 인센티브가 제공되는데, 근무기간·경력업종 등에 대한 조건을 완화해 더 많은 기업이 경력단절 여성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경련은 아울러 미래 산업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하면서 컴퓨터공학과 정원 문제를 예로 들었다. 미국 스탠포드대의 관련 학과 정원이 2008년 141명에서 2018년 745명으로 증가하는 동안 서울대는 16년째 55명으로 묶여 있는 것은 4차 산업관련 인력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은 최첨단 분야 학과는 수도권 대학 입학 정원 총량 규제를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빠른 시일 내 신산업에서의 인력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산업 창출을 위해선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확대 전환, 사내벤처 창업 지원 강화, 중소기업 특허박스 세제로 획기적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코로나19 위기가 기업 근간을 흔들어 R&D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R&D 투자 축소는 양질의 일자리와 미래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어려운 때일수록 과감한 유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2013년 이후 축소된 R&D 비용 세액공제를 확대로 전환하고, 매출액 3%까지 R&D 준비금 명목으로 적립할 경우 손금산입이 가능하도록 준비금 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준비금에 적립하면 세법상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금액이 늘어나 법인세를 실질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전경련은 이와 함께 1990년대 벤처 붐 이후 명맥이 끊긴 사내벤처도 ‘제2의 네이버’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원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사내벤처가 분사창업을 하게 되면 납부해야 하는 창업부담금 면제 범위를 넓혀주고, 사내벤처 R&D 세액공제 특례제도와 모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인센티브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벤처기업이 신산업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특허박스 제도 도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허박스 제도는 사업화에 성공한 지식재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에 일괄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적극적 인센티브 제도다. 한국은 연구개발비 투입에 비례해 세제를 지원하는 소극적인 세제지원 형태인데 반해, 네덜란드, 프랑스, 영국, 중국 등 주요국에서는 성공률이 낮은 신산업 투자를 높이기 위해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50%에 불과한 중소기업 연구개발 사업화 성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획기적 인센티브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전경련의 주장이다.

전경련은 “이번 입법과제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입법과제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산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는 한편, 해외 사례와 싱크탱크 연구 등을 참고해 대안을 건의하는 등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국가적 문제 해결 제언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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