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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한 미얀마대사관 앞에 200여 명의 주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였다. 국내 단체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규모로 모여 로힝야족 유혈사태 규탄집회를 연 건 오늘이 처음이다.
방글라데시 출신부터 인도네시아 출신까지 다양한 국적의 이들은 “로힝야족 유혈사태 뉴스를 보고 마음이 아파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들은 영어나 아랍어, 혹은 서툰 한국어로 한 시간 가량 발언을 이어나갔다.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서부 라카인주 마웅토 일대의 경찰 초소를 습격하자 미얀마 정부군은 병력을 투입해 반군 소탕에 나섰다. 이후 현재까지 미얀마에서는 로힝야족에 대한 인종청소에 버금가는 집단학살로 1000여명의 로힝야인이 살해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집회 참여자들은 폴리스라인 뒤에서 ‘SAVE ROHINGYA(로힝야족을 살려라)’나 ‘STOP KILLING MYANMAR(미얀마, 그만 죽이세요)’ 등의 피켓을 들고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규탄했다.
마이크를 잡은 압둘 하빕씨는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종교때문에 사람 죽이는 건 말도 안 된다”며 “다 같이 부탁한다. 미얀마 대사님한테 부탁한다. 살려주세요. 죽이지 마세요”라고 서툰 한국어로 호소했다.
이어 발언한 파살 쿤히씨는 영어로 “나는 인도네시아 이맘(성직자)으로 오늘 이슬람 형제라는 이름으로 여기에 왔다”며 “우리 형제인 로힝야족을 미얀마는 그만 죽여라. 모든 인류는 살아야 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발언 도중 “Shame on Suu Kyi!(아웅산 수치,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며 로힝야족에 대한 공격은 가짜 뉴스라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입을 모아 비난하기도 했다. 비난 발언이 끝나자 현장에선 박수와 수치여사를 향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유혈충돌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 난민이 16만 4000여 명에 이른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1차 유혈사태 이후 국경을 넘는 로힝야족 난민의 수는 25만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내 로힝야족 전체 인구는 11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난민으로 전락한 셈이다.
그러나 미얀마의 실질적인 지도자이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아웅산 수치여사는 “로힝야족에 대한 공격 소식은 가짜 뉴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