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실망스런 국감 중간 성적표

  • 등록 2004-10-15 오후 5:02:40

    수정 2004-10-15 오후 5:02:40

[edaily 양효석기자] 17대 첫 국정감사도 오늘로서 3분의2가 지났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국감 점수는 `중간이하`라는 평가들입니다. 정책감사는 사라지고 여야 정쟁으로 얼룩진 것도 과거 국회의 모습과 다름 없었습니다. 17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요, 아니면 유난히도 많은 초선의원들의 경험부족 때문일까요. 경제부 양효석 기자가 국감 중간평가를 해봤습니다. 법률소비자연맹을 중심으로 한 27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최근 국정감사에 대해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정책이 실종된 최악의 국감이라고 평가합니다. 실제로 여야가 피감기관에 대해 정책집행이나 예산집행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정쟁만 펼치므로써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국방위에서는 국가기밀 누설문제로 여야가 하루종일 대치하다 결국 질의는 15분에 그쳤습니다. 교육위는 이념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교과서 문제와 관련 여야 정쟁을 증폭시켰으며, 행자위에서도 수도이전 문제와 관련 서울시의 관제데모 지원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만 오고 갔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 지휘하고 있는 재정경제부에 대한 재경위 국감은 지난 11일·12일 이틀간에 걸쳐 있었지만, 역시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노선이 좌(左)냐 우(右)냐를 놓고 공방전만 전개됐습니다. 내년 4월 시행될 예정인 방카슈랑스가 이슈로 떠오르긴 했지만, 보험업계의 강력한 로비 영향으로 국회의원 대다수가 시행을 신중하게 검토하라는 발언들만 쏟아냈다고 일각에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기대가 많았던 초선의원들은 일부 독창적인 국감 노력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경험과 전문성 부족으로 노회한 행정관료들에게 쉽게 휘둘렸다는 평가가 적지않습니다. 정무위의 감사원에 대한 국감에서는 전윤철 감사원장의 답변과 논리에 의원들의 기세가 꺾인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반대로 금감위에 대한 국감에서는 개미 목소리처럼 기어들어가며 말끝을 흐리는 윤증현 금감위장의 `국감 화술`에 의원들이 오히려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물론 피감기관장들이 국감에서 평소 화법과 달리 말을 느리게 하거나 어눌한 모습을 보이는 것, 단답형으로 답변하는 것 등이 의원들의 쏟아지는 질타를 피해가는 `국감대처요령`으로 관례화돼 있긴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유난히도 의원들이 행정관료들의 이러한 술수에 말려들었다는 분석입니다. 비상기획위원회 국감에서는 비상기획위에 테러에 대한 업무영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이 테러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질의하는 등 전문성 부족 측면도 드러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시인받은 것은 재경부의 `외평기금 행방불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올바른 정책이었는지, 잘못된 정책이었는지에 대한 공방도 있었고, 정부의 고심도 많이 공감됐습니다. 이것 말고는 정부가 정책 잘못을 인정한 것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 난관에 봉착해있는 문제가 북핵문제, 신행정수도, 과거사문제, 한미관계, 경기부진 등 한두개가 아닌데, 정책결정과정의 허점이나 실수 등을 제대로 지적하고 같이 고민하고, 잘못을 시인하는데까지 이른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답답함을 해결한게 하나도 없다는 뜻입니다. 국정감사는 행정부의 정책적 잘못을 제대로 짚어내고 재발방지를 위해 정책 수정방향을 제시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특히 요즘과 같이 경제상황이 안좋고 국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나라가 어려운 시기에 정쟁으로만 얼굴진 국감으로 끝마쳐 버린다면 행정부는 물론이고 국회는 비난 여론을 감당치 못할 것입니다. 최근 여야는 원내대표회담을 갖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책국감이 되도록 노력키로 합의하기도 했습니다. 국감은 오는 22일까지 앞으로 일주일여 남았습니다. 우리들의 답답함을 틔워줄 단비가 국감장에 안 내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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