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전미영기자]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렇다면 미국 자산의 매력도 최고일까. 여기엔 의문 부호가 따라 붙는다.
지정학적 불안감이 고조되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도피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미국 달러화와 국채는 금과 함께 투자자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전쟁 기간엔 양상이 달랐다.
불확실성이 깊어지거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달러화의 낙하 속도는 빨라졌다. 피난처는 커녕 기피대상으로 부각됐다. 미국 국채는 다소 올랐다. 그러나 해외 국채에 비해선 상승폭이 작았다. 주식도 마찬가지. 뉴욕 주식시장이 전쟁 랠리를 보이긴 했으나 런던이나 프랑크푸르트의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위험을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었다는 점을 통해 달러 하락과 미국 국채의 상대적 부진을 설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모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이라크전 개전에 앞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3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약세장에 이미 지친 상황이었다. 미국 자산의 매력은 수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던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해엔 기업 회계 스캔들이 불거졌고 이는 "미국 프리미엄"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또 다른 요인은 국채 수익률의 하락이다. 기준물인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최근 3.9%를 기록하고 있지만 독일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2%, 영국은 4.5%다. 전체적으로 투자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차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의 개전을 계기로 글로벌 자금이 미국 시장을 떠난다는 시장의 루머는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최근엔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강경노선에 영향받아 아랍권이 "오일 머니" 회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HSBC의 외환 전략가 마크 챈들러는 "상당히 과장됐다고는 생각하지만 글로벌 자금의 이탈을 우려하는 그것이 바로 시장의 정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랍권 자금이 투자 수익이란 경제 논리와는 별개의 기준에 의해 움직일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CNN머니는 그러나 "단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만으로 시장이 우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14일 지적했다. 루머나 관측이 그 자체로 시장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도미노 효과도 우려되고 있다는 것.
CNN머니는 미국 자산의 매력이 최근 들어 크게 퇴색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하고 "일단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시작되기만 하면 또 다른 이탈이 줄을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