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훈 계속 죽는데 관객은 폭소…돌아온 '젠틀맨스 가이드'

블랙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가난한 청년의 인생역전 프로젝트
3년 만에 4번째 시즌으로 귀환
3D 팝업북 형태 영상 등 새롭게 구성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 등록 2024-07-10 오전 11:35:06

    수정 2024-07-10 오전 11:35:06

(사진=쇼노트)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눈을 뗄 틈이 없다. 예측불허 전개 속 연이어 새로운 재미 포인트를 꺼내 웃음을 유발한다. 블랙코미디물인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이하 ‘젠틀맨스 가이드’)이 ‘고자극 도파민 코미디’라는 딱 들어맞는 수식어를 내걸고 관객과 만나고 있다.

3년 만의 귀환이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토니어워즈,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외부 비평가상 등 뮤지컬계 주요상을 휩쓴 ‘젠틀맨스 가이드’는 2018년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2020년과 2021년 각각 재연과 삼연을 했고 3년 공백기를 거친 끝 4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이 1907년 발표한 소설 ‘이스라엘 랭크:범죄자의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다. 백작을 꿈꾸는 한 남자의 인생역전 프로젝트가 이야기의 큰 줄기다. 1900년대 초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가난한 청년 몬티 나바로가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열 높은 후계자들을 한 명씩 제거하는 과정을 따라 극이 전개된다.

(사진=쇼노트)
(사진=쇼노트)
점차 야망의 크기를 키워가는 주인공 몬티 나바로의 여정을 다양한 형태의 LED 스크린으로 3D 팝업북처럼 펼쳐내 몰입감을 높인다. LED 스크린을 통해 극의 배경을 순식간에 전환시켜 빠른 전개에 속도감을 붙인다. 제작진은 새 시즌을 맞아 영상 구성에 변화를 줬다. 김동연 연출은 제작사 쇼노트를 통해 “영상이 바뀌면서 장면이 더 풍성해졌고, 효과적인 연출도 가능해졌다. 무대가 새로워졌다는 인상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유쾌함과 웃음은 다이스퀴스 역을 맡은 배우가 책임진다. 의상을 쉴 새 없이 갈아입는 이른바 ‘퀵체인지’를 하며 1인 9역을 소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성직자, 은행장, 시골 대지주, 자선사업가, 보디빌더, 백작 등 각기 다른 캐릭터성을 지닌 다이스퀴스들의 잇단 등장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작품의 주요 볼거리다.

‘웃픈’ 죽음을 연기한 배우가 곧장 의상뿐만 아니라 말투와 자세까지 ‘퀵체인지’해 다시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선 폭소가 터진다. 일부 캐릭터를 통해서는 여장에 도전한 모습도 보여준다.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다이스퀴스 역을 소화하는 정상훈은 9일 진행된 프레스콜에서 “짧게는 15초 안에 의상을 갈아입어야 하기에 분장 스태프들과 함께 안무 연습을 하듯이 ‘퀵체인지’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사진=쇼노트)
(사진=쇼노트)
(사진=쇼노트)
(사진=쇼노트)
독특하고 기발한 인생역전 프로젝트에 삼각관계 러브 스토리까지 더했다. 몬티 나바로가 세속적 욕망을 지닌 매혹적인 연인 시벨라 홀워드와 다이스퀴스 가문의 사랑꾼 여인 피비 다이스퀴스를 사이에 두고 갈팡질팡하는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뤄진다. 이 가운데 시벨라 홀워드와 피비 다이스퀴스 역을 맡은 배우들이 터뜨리는 폭발적인 가창력은 박수갈채를 부른다.

오케스트라를 무대 2층에 배치해 듣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를 한층 풍성하게 했다는 점도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번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데뷔하는 몬티 나바로 역의 김범은 프레스콜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 것도 맞는데, 그보다 먼저 넘버들이 너무 듣기 좋았다”고 작품의 음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150분(인터미션 15분 포함) 동안 다채로운 즐길 거리로 꽉 채운 공연을 보여주는 ‘젠틀맨스 가이드’는 지난 6일 개막했다. 10월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송원근·김범·손우현(몬티 나바로), 정상훈·정문성·이규형·안세하(다이스퀴스), 허혜진·류인아(시벨라 홀워드), 김아선·이지수(피비 다이스퀴스) 등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다. 다수의 배우가 재출연이다. 여러 역할을 두루 소화하며 극이 후반부로 향할수록 더욱 빛을 내는 앙상블 배우로는 김예나, 장예원, 하수연, 박혜민, 조재국, 한규정, 맹원태, 추광호, 윤유경 등이 활약한다.

“고급스럽고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웃음을 전달하는 것”이 제작진의 지향점이자 목표다. 김동연 연출은 “무르익어 장인이 된 배우들과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배우들의 조화가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훈은 ‘젠틀맨스 가이드’를 “강점이 많은, 총천연색 컬러를 다 모아놓은 작품”이라고 소개하면서 관객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코미디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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