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대화거부` 北 속내는?…정세현 “美와 밀당하는 것”

24일 라디오 인터뷰
대화 생각 없단 발언, 의미있는 대화의 역설
대화 꺼내든 김정은 절박한 데
`흥미로운 신호` 미 반응에 빈정 상해
美 공 넘기지 말고 구체적 메시지면 호응할 것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 흘리면 될 일"
  • 등록 2021-06-24 오전 11:19:35

    수정 2021-06-24 오전 11:19:35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이틀 연속 이어진 북한의 대미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담화에 “시쳇말로 (미국과)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북한의 이야기를 뒤집으면, 반대로 ‘의미 있는 대화는 가능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의 선제적인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2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국과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는 대화를 할 생각은 없다’는 북한의 외교장관에 해당하는 리선권 외무상의 담화를 두고 “‘만약 만나게 된다면 처음부터 아주 본격적인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사진=뉴스1).
이를테면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때 미국과 북한 사이에 어느 정도 접점이 마련돼 있었던 만큼, 거기서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식의 메시지가 미국 측에서 나온다면 북한이 호응할 것이라는 게 정 부의장의 판단이다.

정 부의장은 북한의 경제 사정이 미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거절, 차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식량난이 심각한데, 미국과의 대화가 전혀 열리지 않으면 유엔세계식량계획(WFP)도 움직일 수 없고, 우리 정부가 가지고 있는 비축량인 쌀이나 비료를 줄 수가 없다. 중국도 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의 보릿고개는 이미 시작됐다는데 한가롭게 원론적인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의미”라고도 했다. 특히 이례적으로 미국을 향해 ‘대화’를 꺼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두고선 “북한 내부 사정이 빨리 미국과 만나야만 되는 그런 처지이기 때문에 대화를 강조한 절박한 신호인데 그걸 (미국 측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해서 빈정 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 철회 등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 부의장은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빨리 미국과 긴밀하게 조율을 해서 한미 연합훈련 문제가 상당히 지금 좋은 방향으로 진전이 되고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라도 흘리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례로 2018년 평창올림픽을 들었다. 정 부의장은 “2018년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12월 중순에 문재인 대통령이 강릉 가는 KTX 개통식 날 기차 안에서 미국 NBC 방송과 대담 과정에서 내년도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 조정하는 문제를 미국과 협의를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북한한테 굉장히 좋은 신호로 읽혀서 2월 9일 날 개막식에 온 것”이라며 “무조건 만나자는 이야기만 되풀이하지 말고 적대시 정책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철회 입장이라도 내놓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한미워킹그룹 해체에 따른 대체 협의채널을 만드는데 대해선 “조심스러운 대목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 워킹그룹 폐지는 북한에 좋은 시그널이지만, 대신 대체를 위한 차관보급·국장급 회의인 두 개의 협의 채널 검토를 하나로 통일하는 조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무에서 채널의 단계가 있으면 아예 윗선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과장급에서 흐지부지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부의장은 “지금 확정은 아니니까, 하나로 통일을 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없다. 차관보급에서 이야기해 장관 결재를 받고 대통령 결심을 받는 ‘다단계’가 아닌 ‘단순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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