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조달러 부양책, 시작부터 삐걱..은행 "中企대출 당장 못한다"

백악관 "3일부터 3500억달러 소기업 대출 즉시 시행"
JP모건 등 금융사 “제때 시행하기 어렵다” 한목소리
금융사들 "기존 法과 충돌…세부 지침 기다리고 있어"
  • 등록 2020-04-03 오전 11:33:25

    수정 2020-04-03 오전 11:33:25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2조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부양책에 포함된 핵심 정책이 시행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백악관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350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시작한다고 알렸지만, 막상 시중 은행들은 세부지침이 나오지 않았다면서 대출을 미루는 모습이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이날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는 3일부터 대출 신청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대상 3500달러 대출 프로그램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혼란을 막기 위해 서명한 2조달러 규모 경기 부양책의 핵심 요소다. 중소기업들이 정부 제공 프로그램의 대출을 신청하면 3주 안에 대출금을 받을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2일 기자회견에서 “내일(3일)부터 (대출) 프로그램이 시작될 예정”이라며 “은행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대출 이자를 기준금리 0.5%보다 두 배인 1%까지 인상해주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은행들을 상대로 2일에서 3일로 넘어가는 자정 직후 3500억달러 대출 프로그램을 시작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JP모건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은 미 재무부와 중소기업청의 세부 지침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시행을 미루고 있다. CNBC는 “자사가 인터뷰한 어떤 은행도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재무부와 중소기업청의 세부 지침이 나올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재무부가 제시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역시 프로그램이 시행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웹사이트에 게재돼 은행들이 내부적으로 이를 검토하기엔 시간이 촉박했다는 지적이다. CNBC는 “은행들은 31페이지 분량의 잠정적 최종 규칙(Interim Final Rule)을 이날 늦게서야 받아볼 수 있었다”며 “불과 수시간 안에 이를 전부 숙지하고 업무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소기업 대출자문회사인 멀티펀딩의 아미 카사르 최고경영자(CEO)는 CNBC에 “정부는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우리는 대출 시행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 몇 주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 대형은행 임원을 인용해 미 재무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기존 대출 승인 관련 법률과 충돌해 시행을 미루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 재무부와 중소기업청 간 불통 등 기능 장애도 프로그램 시행이 지연되는 하나의 잠재적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소기업 대출기업 렌디오를 설립한 브로크 블레이크는 트위터를 통해 “중소기업청과 재무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면서 “당장 내일부터 수백만 스몰 비즈니스 업체들이 대출을 받으려고 줄을 설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두 기관은 진행 방식과 형태를 놓고 다투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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