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만 있으면 눈도 비도 “OK”

인공증설·증우 성공률 40%..선진국 맹추격
  • 등록 2012-03-12 오후 3:53:14

    수정 2012-03-12 오후 4:04:47

[평창=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구름만 있으면 눈도 비도 내리게 하는 기술 개발이 4년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기상청 구름물리선도센터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9회에 걸쳐 실시된 인공증설 항공실험 결과 40%의 성공률을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미국의 성공률이 65%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낮지 않은 수준이다.

인공증우(증설)는 구름 속의 아주 작은 물방울이 빗방울로 성장하지 못할 때 인공 구름씨를 뿌려 물방울을 빨리 뭉쳐지게 해 비나 눈이 오게 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신의 영역이라고 여겨졌던 기상조절은 1946년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의 빈센트 쉐퍼가 매사추세츠주 바크셔 산맥 근처에서 경비행기로 구름 위에 드라이아이스를 뿌린 5분 후 구름이 눈송이로 변해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면서 현실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가뭄이 극심할 때마다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번번이 예산문제로 중도에서 좌절됐다. 하지만 1995년 실용화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2001년 연구가 재개됐고 차츰 장비와 연구 인력이 확보되면서 2008년부터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 지난 9일 강원 평창구 대관령면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기상연구관이 염화칼슘(CaCl₂) 연소탄을 이용한 지상 인공증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임대한 경비행기를 이용해 드라이아이스를 뿌렸던 것이 연소탄으로 바뀌며 안정적인 실험 환경을 확보하게 됐다.

구름 온도가 0℃ 이하일 때는 요오드화은(Agl)으로 구성된 연소탄을 구름 속에 투하해 눈을 내리게 하고, 구름 온도가 0℃ 이상일 때는 연소탄을 투하해 비를 내리게 하는 원리다.   구름의 상태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연소탄 4개에 약 1㎝의 눈이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이 기술을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구온난화로 강설량이 부족해지는 것을 대비하려는 것이다.

이철규 기상청 수문기상연구팀장은 “눈이 필요한 곳엔 눈을 내리고, 비구름이 예측되는 곳엔 큰 피해가 없도록 다른 지역에 미리 비를 뿌리게 하는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도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 때 베이징에 진입하는 강수를 미리 다른 지역에 내리게 하는 강우소산을 적용한 바 있다.

기상청은 도로와 공항에서의 안개저감 기술로 응용을 검토하고 있다. 구름씨 때신 흡수성물질을 뿌려 안개를 걷히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강원도 평창 대관령면 구름물리선도센터에서 진행된 지상 인공증우 실험 후 50m 시야 확보도 되지 않았던 주변의 안개가 걷히는 효과가 나타났다.

최영진 국립기상연구소 응용기상연구과장은 “인공강우 실험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600억원”이라며 “특히 인천공항에서의 안개저감 효과는 74억원으로 평가되는 만큼 인공증우 기술력 확보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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