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춘동 신혜리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여·34)씨는 지난달 `○○캐피탈 저리대출`이라는 내용의 대출광고 문자메시지를 보고 전화를 걸어 대출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상담원은 신용대출은 어렵고 대신 예금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내주면 거래실적을 쌓아 대출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씨는 예금통장에 잔액이 없어서 안심하고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인터넷뱅킹을 이용하다가 자신의 예금통장이 지급정지된 사실을 발견했다. 자신의 통장이 전화금융사기에 이용된 것을 뒤늦게 안 이씨는 통장 소유주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동안 꺼림칙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최근 대출이나 취업 등을 미끼로 개인신용정보와 예금통장을 불법적으로 수집해 대출사기나 전화금융사기에 이용하는 신종 금융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5일 개인신용정보·예금통장 불법매매 광고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개인신용정보 불법매매 혐의업자 65곳과 예금통장 불법매매 혐의업자 51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불법매매 업자들은 휴대폰 문자는 물론 인터넷 카페·홈페이지를 통해 `대출디비 등 각종 디비 판매합니다`, `개인·대포통장 사고 팝니다` 등의 광고문구를 버젓이 게재하면서 불법영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개인신용정보는 건당 10~100원, 예금통장은 10만~7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금감원은 불법광고가 게재된 포털사이트에 유사광고 게재를 금지해줄 것을 요청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해당 사이트내 관련 게시글의 삭제를 요청했다. 개인신용정보 불법매매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예금통장 불법매매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금감원은 불법매매가 극심해짐에 따라 개인신용정보와 예금통장 관리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각종 회원명부 등에 불필요하게 노출된 개인신용정보는 즉각 폐기하고 상담원을 자칭하는 사람이 대출 또는 취업을 미끼로 예금통장이나 현금카드를 요구하더라도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금감원은 개인정보 침해사고가 발생하거나 주민등록번호 도용이 의심되는 경우엔 한국인터넷진흥원 또는 주민등록번호클린센터(국번없이118)를 통해 신고하고 인터넷 등에서 불법광고를 발견하면 금감원(국번없이1332번)에 직접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김석 금감원 전화금융사기피해구제준비반장은 “불법 양도된 예금통장이 범죄에 이용된 경우 향후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워지고 예금통장 양도자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최근 각종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개인정보가 이미 유출됐을 수도 있는 만큼 상대방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있더라도 꼭 진위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