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승리..美 경제·대외정책 영향은

보호주의 강화될 듯..`부시이즘` 제동 압력 커질 전망
  • 등록 2006-11-08 오후 4:27:29

    수정 2006-11-08 오후 9:52:46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승리했다. 상원 장악을 둘러싸고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하원에서는 민주당이 압도적인 차이로 12년만에 다수당의 자리를 확보했다. 

이번 선거에선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론 악화와 공화당 의원의 성추문 및 뇌물 로비 스캔들이 표심의 향방을 가르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미국이 `최소한 부분적 여소야대` 정국으로 진입함에 따라 부시 행정부의 대외 및 경제정책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강한 보호주의 색채를 띠고 있어 통상 마찰 등 한국의 대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대외 외교에 어떤 식으로든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북미 양자 대화에 대한 미국내 정치적 압력도 커질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보호주의 색채 강해진다

민주당은 미국내 중소기업과 노동자보호 등을 앞세워 전통적으로 보호주의를 선호해 왔다. 통상 현황 등에 대한 강경론이 십중팔구 민주당에서 나온 배경은 여기에 있다. 대미 수출이 국가 경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으로선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미국의 입장에선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있는 미국 무역적자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 확대에도 제동이 걸려 재정적자 축소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이 달러 가치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도쿄-미쓰비시 UFJ의 다카시마 오사무 수석 애널리스트는 "민주당은 재정상황을 개선시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달러 가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FTA 협상에서 농업 부문의 개방압력이 거세질 뿐만 아니라 협상 타결 이후 의회 비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신속협상권한(TPA)의 갱신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 `그리드록(gridlock)은 나쁘지 않다`

월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보다는 공화당을 선호해 왔다.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친시장적이고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승리가 월가의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대두돼 왔다.

그러나 그렇게 걱정할 사안은 아니며 오히려 장기적인 측면에선 약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행정부와 의회가 힘의 균형을 이뤄 시장에 대한 간섭이 줄어드는 게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파트너리 자산운용의 존 데이비슨 매니저는 "행정부와 입법부의 권력 분립은 행정부의 과도한 권력 사용을 방지할 수 있으므로 주식시장에 오히려 호재"라며 "민주당 출신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공화당 다수 의회가 공존하던 1990년대에 미국 경제가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간 점을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철강 대체에너지 `웃고`-정유 제약 군수 `울고`

기업들은 민주당의 승리를 그리 반기지는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2년 제정된 이래 기업 부담을 가중시켜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대한 행정부의 개정 작업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민주당은 지난 10년 동안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5.15달에서 6.85달러로 인상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그러나 업종별로 보면 모두 울상을 짓는 것은 아니다.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의 하원 장악으로 철강산업은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철강산업을 괴롭혀 왔던 중국 러시아 등 값싼 철강재의 무분별한 수입이 더욱 강력한 규제를 받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환경 규제 등에도 목소리를 높여왔던 만큼 대체에너지와 환경 관련 산업의 전망도 장밋빛이다.

또 파킨슨씨병을 앓고 있는 전 영화배우 마이클 제이폭스의 선거홍보영화에서 과장논란이 일었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선 적극 지지한다는 게 민주당의 입장이다. 하원은 이미 줄기세포 연구 지원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부시 대통령은 집권후 첫 거부권을 행사해서라도 입법화를 막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의 보호 아래 혜택을 누려왔던 제약, 정유, 군수 등의 기상도는 흐리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민주당은 그동안 보험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약품 가격을 지급함으로써 제약업체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안겨줬던 `플랜 D`를 개정, 정부가 직접 가격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이같은 개혁안이 통과되면 미국 행정부는 향후 10년간 1900억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석유 및 가스업체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정유업체에겐 부정적이다.

◇대북 정책 변화올까 

이번 선거에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악화된 여론이 공화당의 발목을 잡았지만 부시 행정부가 일방주의 대외 외교 노선을 쉽게 바꿀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는 흔치 않다. 

다만 이같은 외교 노선에 대해 제동을 거는 민주당의 압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하원의장으로 확실시되는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는 이날 중간 선거 승리에 대한 대중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한다. 우리 모두 새로운 해결방안을 찾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미 양자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의 북핵 정책에서 점진적인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입법된 대북정책조정관법도 민주당이 주도한 것으로 부시 대통령이 이 법을 따를 경우 대북정책조정관은 대북 협상을 담당하는 특사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의 틀이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우세하다. 민주당도 향후 북핵 문제 해결 이후의 부담을 한국과 주변국에 분담시키기 위해 6자 회담의 틀에 별다른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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