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도 달라진 트럼프 유엔 연설, 1년전 "北 완전파괴"→"金에 감사"

"대담한 평화 위해 北과 대화..韓日中 정상들, 감사"
대북 메시지, 확 줄어..북한대사, 끝까지 '경청'
'자화자찬' 발언에 곳곳에서 '키득'..이색장면 연출
  • 등록 2018-09-26 오후 6:10:00

    수정 2018-09-26 오후 6:10:00

사진=AP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핵·미사일 도발 중단, 한국전 참전용사 유해 송환 등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뤄진 북한의 각종 조치를 거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3차 유엔총회 연설에서다. 정확히 1년 전 같은 장소, 같은 연설에서 이른바 ‘완전한 북한 파괴’를 언급했던 것과 180도 대비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해법이 1년 새 ‘군사적 방법’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바뀌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분석이 나온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많은 나라의 지지 속에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 당시 핵·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던 북한을 향해 “로켓맨 김정은이 자살행위를 하고 있다”고 김 위원장을 정조준하면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사람들이 이해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순간에 우리가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 여러 국가에 감사한다”며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게 감사의 뜻으로 전하기도 했다.

최근 부임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총회장 뒤쪽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끝까지 청취했다. 지난해 자성남 당시 북한 대사가 연설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보이콧’했던 것과 대비되는 풍광이었다. 최근 대화 분위기가 반영된 듯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관련 언급은 지난해 약 5분에서 2분 남짓으로 확 줄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도중 유엔 회원국 정상들이 웃음을 참지 못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의 정부는 2년도 지나지 않아 미국 역사상 어떤 행정부보다 더 많은 일을 했다”는 자화자찬식 발언을 늘어놓자,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거리는 웃음소리가 튀어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멋쩍었는지 웃음을 보이고 혀를 내밀며 청중들에게 “정말이다(so true)”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즉흥 발언을 던졌다. 곧 폭소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지만, “겸손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지도자들의 웃음거리가 됐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CNN방송의 크리스 실리자 에디터는 에이브러햄 링컨 등 전직 대통령들의 성과들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현 시점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성과가 왜소할 따름”이라고 비꼬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판하고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렸던 “우리는 웃음거리 아닌 대통령을 원한다” 등의 글을 인용해 에둘러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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