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는 영업이익에 관한 회계기준 변경에 있다. 지난해 삼성SDI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 지분 매각으로 1조4350억원의 매각차익을 거뒀다. 이 매각차익은 ‘기타영업이익’으로 반영, 영업이익이 그만큼 늘었다. 하지만 지난 4분기 회계 기준이 변경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매각 차익이 ‘기타영업이익’이 아닌 ‘영업외이익’에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갑자기 쪼그라들게 됐다. 이준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라고 설명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이 본격적인 실적시즌에 돌입한 가운데 실적의 ‘착시 현상’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삼성SDI와 같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되면서 영업이익에 외환차손, 자산매각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상장퇴출 요건인 5년 연속 영업적자를 피하기 위해 영업이익을 부풀리는 사례가 늘면서 다시 IFRS 도입 이전 기준(매출 총이익-판관비)으로 바꾸기로 한 것. 삼성SDI의 경우도 지난 3분까지 영업이익으로 잡혔던 SMD매각차익(1조4350억원)이 4분기부터는 영업외이익으로 반영되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이 매각차익은 그대로 당기순이익에 반영됐기 때문에 전체 실적에는 변화가 없다. 착시 현상이다.
삼성카드(029780)는 지난 4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손실이 2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적자전환됐다. 2008년 4분기 이후 4년 만의 적자로 수치상으론 어닝쇼크에 가깝다. 하지만 증권사가의 평가는 달랐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어닝쇼크가 아닌, 내용 면에선 기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대손충당금에 있다. 삼성카드는 지난해 워크아웃 여신에 대한 연체기준을 강화하면서, 지난 4분기 1112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이 때문에 7946억원의 영업수익을 내고도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1112억원의 1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지난 4분기 당기순이익은 817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32.7% 증가했다”고 말했다.
권성철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반 투자자들이 오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IFRS가 과도적 단계에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슈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체는 같지만, 기준에 따라 실적이 다르게 나온다”며 “성적표의 뒷면을 잘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
☞삼성SDI, 부진한 4분기..1분기부터 차츰 회복-우리
☞삼성SDI, 4분기 실적 '기대 이하'-삼성
☞삼성SDI, 1Q 실적개선 기대..목표가↓-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