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한나라당의 날치기를 비판하며 전면 무효화 투쟁에 돌입했다. 야권은 특히 23일 국회 의사일정을 전면 거부해 내년도 예산안과 산적한 민생법안 심의는 올스톱된 상태다.
한나라당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냉각기를 가져간다는 방침이지만 야권을 달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게 걱정이다.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연말까지 정국 정상화가 불투명한 최악의 시나리오로 빠져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 "촛불을 횃불로" 野, FTA 비준 전면 무효화 투쟁 야권은 전날 한나라당의 FTA 비준안 기습 처리에 극도로 격앙된 상태다. 민주당은 비준안 강행 처리를 이명박 대통령의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전면적인 무효화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 전면 무효를 선언한다"며 "내년 정권교체를 통해 재협상을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일각에서는 헌법소원 청구 등 법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터져나왔다. 다만 민주당 내부의 논란의 불씨도 적지 않다. 박주선 최고위원은 "전쟁에서 패하고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정당을 국민이 믿어주겠나"라며 지도부를 정조준한 것.
◇ 與, 여론동향에 촉각...민생예산 압박하며 野 설득
한나라당은 비준안 강행처리의 후푹풍에 하루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날 본회의장 내부에서 최루탄까지 터지는 우여곡절 끝에 비준안이 처리되면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해졌기 때문.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에는 강온 양면 전략을 동원했다. 홍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FTA 발효 이후) 추가 대책을 고심 중"이라며 "추가대책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 차원에서 야권을 달랠 선물을 고민 중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 또 예산안 심의와 관련, 단독국회를 자제하고 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처리시한이 내달 2일이라는 점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의원들도 지역구 예산을 챙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국회에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은 18대 국회 동안 한나라당의 예산안 단독처리로 지역구 예산을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야권통합 문제와 장외투쟁에 대한 대중적 피로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언제까지 장외투쟁을 고집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면서도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에 대한 폐기 또는 재협의 논의 등 보다 높은 수준의 확답을 받는 선에서 타협하고 등원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