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에서 호적정정 남성에 ''바지 내려라'' 인격권 침해"

인권위 "수치심 유발 행위" vs 해당의사 "동의 후 밀폐된 곳서 신체검사"
  • 등록 2007-08-20 오후 8:35:29

    수정 2007-08-20 오후 8:35:29

[노컷뉴스 제공] [ 2007-08-20 13:27:53 ] 여성에서 남성으로 호적을 바꾼 사람에 대해 징병 신체검사를 실시할 때 '바지를 내리게 한 것'은 인격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해 9월 진정인 김 모씨는 "비록 성전환수술을 받지는 않았지만 호적정정을 허가할 충분한 여지가 있다"는 법원의 판시에 따라 호적상 남성이 됐다.

30년 가까이 몸은 여성으로 정신은 남성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성(性)정체성의 혼란을 법원이 풀어준 셈이다.

이에 따라 김 씨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자격을 갖추게 돼 징병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병무청을 찾았다.

하지만 김 씨는 신검을 받는 과정에서 '성별 확인을 해야 하니 바지를 내리라'는 징병 전담의사의 요구에 상당한 수치심을 느꼈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법원 결정문과 병원 진단서 등 자신이 남성임을 증명하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의사가 바지를 내리게 해 신체상태를 직접 살핀 것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여성에서 남성으로 호적 상 성별을 정정한 병역 의무자에 대해 신검을 실시할 땐 수치심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징병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을 개정할 것을 국방부장관과 병무청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전담의사가 병역의무자의 신체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이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남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상당한 수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위인데 김 씨처럼 특수한 신체를 가진 사람은 더욱 커다란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지금까지 모두 4명의 호적 정정자가 신검을 받았지만 법원결정문과 CT촬영 영상 자료 등으로 검사가 대체됐다"며 "김 씨처럼 의사에게 하체 부위를 직접 보여준 경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해당 의사는 "진정인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 동의를 구한 뒤 밀폐된 공간에서 신체 검사를 실시했으며 직접 확인 없이 첨부 서류만으로 신검 판정을 내리는 것은 신검 규칙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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