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잠이 드는 순간부터 여러 단계의 비렘수면(NREM)과 렘수면(REM)을 순환하는 이른바 ‘수면 사이클’을 통해 신체 전반을 회복하고 건강한 생체리듬을 유지하는데, 수면 사이클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충분한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질환을 수면장애라고 한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은 주간 졸림, 만성피로, 집중력 저하 등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불면증이나 우울증, 나아가 심근경색·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을 비롯해 치매 등 각종 중증 질환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국내 성인의 60%가 만성적으로 수면 불편감을 겪고, 이 중 약 절반이 불면증에 해당하는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성인(약 3,600만 명) 중 삼분의 일가량이 불면증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반면, 불면증으로 인해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연간 약 72만 명(2022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일부에 불과하다. 불면증을 병으로 여기지 않는 인식 부족은 물론,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인지행동치료·약물치료 등 기존 치료법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바이노럴 비트는 인공적으로 뇌파를 만들어 내는 기술로,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주파수 소리를 보내면 우리 뇌에서 두 주파수의 차이만큼의 파동을 인식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이를테면 한쪽 귀에 300Hz, 다른 쪽에 310Hz의 소리를 들려주면 10Hz의 뇌파가 생성되는 식이다.
연구팀은 더 나아가 이러한 주파수 차이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동적 바이노럴 비트’를 적용했는데, 이를 들으며 잠들 시 불을 끄고 난 후 잠이 들기까지 시간(수면잠복기)을 51%나 단축하는 결과를 보이며 불면증 치료법으로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윤창호 교수는 “불면증 환자들은 주로 쉽게 잠이 들지 못하는 ‘입면’의 어려움을 겪는데, 특별한 불편감이나 번거로움 없이 일상에서 이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면장애 치료법으로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황한정 교수는 “연구를 통해 동적 바이노럴 비트의 성능을 확인한 만큼, 이러한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주파수, 음량, 제공 시점과 시간 등을 사용자에 맞춤 최적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LG전자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정보통신방송혁신인재양성사업(대학ICT연구센터)’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수면연구학회에서 발간하는 세계적 권위 학술지 ‘Sleep’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