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세를 보인 덕에 4개월 연속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화되고 있는 고금리 기조로 인한 내수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는 이어졌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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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을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 달째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유지한 것이다. 다만 지난해 12월에 이달도 고금리 기조 속 서비스업 등의 성장세와 소비는 부진하다고 봤다.
KDI는 반도체 생산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제조업의 회복도 이뤄지고 있다고 봤다. 반도체는 최근 인공지능(AI) 서버 수요의 확대로 인해 고용량 메모리 반도체 등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11월 전산업생산은 전월(1.0%) 대비 커진 2.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반도체 효과로 늘어난 광공업생산이 전체 증가율을 끌어올렸다”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산업 생산뿐만이 아니라 수출 회복세도 견인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액 증감률은 지난해 1분기 바닥을 찍은 이후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 지난해 12월 기준 증가율은 21.8%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자동차 수출 강세(17.9%)도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며 힘을 보탰다. 그러나 KDI는 “자동차의 경우 생산 확대보다는 재고 소진을 통해 이뤄진 공급”이라며 전체적인 생산 증가세 자체는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고금리 기조는 여전히 서비스 및 상품 등 각종 소비 영역에 부담을 주고 있다. KDI는 연말 각종 세일 행사 등으로 인한 ‘반짝 효과’는 있었지만, 전체적인 부진 추세를 뒤집지는 못했다고 봤다. 실제로 11월 서비스업생산은 숙박·음식점업(-3.3%)과 도소매업(-1.5%)이 역성장하는 등 전체 증가율이 1.9%에 그쳤다.
다만 상품 소비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 등 소비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었던 2022년 11월과 비교하면 일부 기저효과가 확인됐다. 지난해 11월 백화점(8.2%), 대형마트(6.5%)에서의 상품소비는 증가세를 보였으며, 승용차 판매도 같은 달 각종 할인 행사, 신차 효과 등으로 인해 4.8% 증가세를 기록했다.
위축된 소비와 더불어 설비투자 역시 부진함을 이어가고 있다. 11월 설비투자는-11.9%로 전월(-9.9%)에 이어 감소폭이 커졌다. KDI는 반도체 재고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와 밀접한 특수산업용기계의 감소폭이 -21%에서 -23.9%로 확대됐으며, 운송장비(-4.4%→-3.6%)의 부진도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건설투자 역시 수주 부진의 영향으로 토목 부문이 -2.6% 감소로 전환하는 등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이다.
한편 물가 상승세는 완만히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를 기록해, 전월(3.3%) 대비 오름폭이 줄어들었다. 계절의 영향이 큰 농산물 가격은 특히 높은 오름세(15.7%)를 보였지만, KDI는 일시적인 요인인 만큼 전체적인 둔화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