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IB(투자은행)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과 악사그룹은 악사손해보험 매각딜 협상이 이미 지난달부터 종료된 상태다. 사실상 인수 무산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매물로 나온 악사손해보험 예비입찰에 홀로 참여했다. 당시 신한금융그룹, 카카오페이 등이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됐으나 최종적으로 교보생명만 단독 입찰했다. 당시 보험업계에서는 13년 만에 악사손해보험이 ‘친정으로 돌아간다’며 관심이 컸다. 교보생명은 과거 악사손해보험의 전신인 교보자동차보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가, 2007년 악사그룹에 교보자동차보험 지분 74.74%를 전량 매각한 바 있다.
교보생명도 악사손해보험 인수 의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차이를 좁히기 위해 협상을 이어갔고, 지난해 말에는 디지털파트너사와 공동인수 추진도 검토했다. 하지만 마땅한 파트너를 찾지 못했고 결국 예비입찰 참여 7개월 만에 매각딜이 끝이 나게 됐다.
교보생명의 악사손해보험 인수 무산에 결정적 이유는 ‘가격 견해차’로 보인다. 악사그룹 측은 교보생명에게 3000억원 내외의 매각가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 측은 적정 매각가 등을 고려해 가격을 낮추려고 했으나 양사가 만족하는 적정가를 찾지 못했다. 현재 시장에서 보는 악사손해보험의 적정 매각가는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0.7~1배 수준을 적용한 1600억~2000억원 수준이다. 악사그룹이 제사한 가격과 적정 매각각 사이에는 약 1000억원가량 차이가 있다.
또한 악사손해보험이 가진 순익 구조도 인수 무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악사손해보험은 종합손해보험사지만,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자동차보험(84%)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악사손해보험의 순익도 자동차 손해율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교보생명이 겪고 있는 FI(재무적투자자)와의 풋옵션 분쟁 건도 악사손해보험 인수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현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조원 규모의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이 제안한 풋옵션 가격을 신 회장 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제 중재재판까지 간 상황이다. 교보생명도 기업가치훼손을 이유로 어피너티컨소시엄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는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간 교보생명이 단독 참여하면서 딜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돼 진행방식 등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무산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며 “악사손해보험의 경우 포트폴리오가 자동차보험에 치중돼 있는데, 이게 과거에는 좋은 메리트였지만 현재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매수자인 교보생명의 실적도 코로나로 최근 하락하면서 악재가 겹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