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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2010년 초반부터 주요 설비, 부품 협력사들과 함께 자체 기술 개발 등 국내 반도체 생태계 육성을 위해 쏟아온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레이저 설비 협력사인 이오테크닉스는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고성능 레이저 설비를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에 성공, D램 미세화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또 싸이노스는 반도체 식각공정 효율화에 필요한 세라믹 파우더를 개발하고 리코팅 기술 내재화에 성공해 제조 비용 절감과 생산성을 높였다. 여기에 솔브레인은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3D낸드플래시 식각공정의 핵심소재인 ‘고선택비 인산’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삼성전자 차세대 제품의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반도체 각 사업장에 상주하는 우수 협력사를 대상으로 삼성전자가 2010년부터 지급한 인센티브 규모도 3476억 5000만원에 달한다.
성규동 이오테크닉스 대표는 “8년 간에 걸친 삼성전자와의 연구개발 성과로 설비 개발에 성공해 회사 임직원들도 큰 자부심을 느꼈다”며 “앞으로도 혁신을 통한 반도체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협력사들과 함께 반도체 생태계 강화활동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원익IPS, 테스, 유진테크, PSK 등 국내 주요 설비협력사, 2~3차 부품 협력사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다음달부터 설비부품 공동개발을 시작한다.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업체) 지원 정책도 본격 가동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정부와 삼성전자, 반도체 업계가 1000억원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상생펀드’를 조성했고, 국내 유망한 팹리스와 디자인하우스 업체를 발굴하고 투자할 예정이다.
반도체 우수 인재 육성…소부장 선도 역할
삼성전자는 산학 협력을 통해 K칩 시대를 이끌 미래 반도체 인재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해 국책 반도체 특성화 대학인 한국폴리텍대학 안성캠퍼스에 반도체 ‘Asher’(공정장비), ‘AFM’(계측장비)을 기증해 학생들이 반도체 제조 공정을 직접 실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올해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해 서울대와 함께 ‘AI 반도체공학 연합전공’을 신설했다. 이 연합전공 소속 학생들에게는 △산업체 인턴십 기회 제공 △반도체 소자·회로와 시스템 제작 실습 △반도체 설계 단기 교육프로그램 참여 △국내외 반도체 전문가 초청 특강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 아울러 친환경 분야에선 대규모 전력이 소모되는 반도체 사업장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기흥캠퍼스 주차타워에 1500KW(킬로와트) 규모의 태양광 발전 패널을 설치 중이며 오는 7월부터 기흥 일부 사무공간의 전력을 대체할 예정이다.
특히 반도체 생태계 구축 방안은 삼성전자가 ‘소부장 산업 육성’의 선도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최근 한일 갈등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선제적 대응이 주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당시에는 직접 일본 출장길에 올라 핵심 소재 확보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의 첨단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 움직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자 거듭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며 “올 들어 반도체 사업과 관련한 회의 소집, 현장 방문, 투자 발표 등 경영 활동이 공개된 것만 7차례에 달했다는 것도 이런 분위기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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