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화이자 연구팀, 신약 개발 걸림돌 해결

수학적 모델 활용해 파악 어려웠던 난제 밝혀내
동물-임상실험 차이, 사람간 차이 발생이유 규명
  • 등록 2019-07-09 오전 10:36:37

    수정 2019-07-09 오전 10:36:37

가상실험과 실제실험을 결합하여 약의 효과 차이의 원인 밝힘 (좌) 종간 약의 효과 차이 원인: 주행성과 야행성 동물의 빛 노출정도에 따라 약의 효과가 반감되는 정도가 다름 (우) 개인간 약의 효과 차이 원인: PER2 단백질이 많은 사람은 약의 효과가 강함. KAIST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신약 개발시 동물 실험과 임상 실험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이 수학 원리를 통해 밝혀졌다. 연구진이 해결책까지 마련하면서 신약 개발이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9일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Pfizer)의 장 청 박사 공동연구팀은 수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일주기 리듬 수면 장애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동물 실험과 임상 시험 간 발생하는 차이 문제를 수학적 모델을 이용해 해결하며 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동물과 사람 간 차이 뿐 아니라 사람마다 발생하는 약효의 차이 발생 원인도 밝혀냈다고 강조했다.

신약 개발시 임상 시험 전 단계로 쥐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전임상 실험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동물에서 보였던 효과가 사람에게선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약효의 차이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지 못하면 신약 개발에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특히 수면 장애는 맞춤형 치료 분야에서 개발이 가장 더딘 질병 중 하나이다. 쥐는 사람과 달리 수면시간이 반대인 야행성 동물이다 보니 수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가 실험 쥐에게는 효과가 있어도 사람에게는 무효한 경우가 많았다.

그간 이런 차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어려웠는데, 연구팀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가상실험과 실제 실험을 결합해 연구했고, 주행성인 사람은 야행성인 쥐에 비해 빛 노출 때문에 약효가 더 많이 반감되는 것이 원인임을 밝혀냈다. 빛 노출 조절을 통해 그동안 사람에게 보이지 않던 약효가 발현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것이다.

또 수면 장애 치료 약물의 약효가 사람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신약 개발의 걸림돌이었는데, 수리 모델링을 이용한 가상환자를 통해 약효가 달라지는 원인은 수면시간을 결정하는 핵심 역할을 하는 생체시계 단백질인 PER2의 발현량이 달라 그렇다는 점을 규명해냈다. 또 PER2의 양이 낮에는 증가하고 밤에는 감소하기 때문에 하루 중 언제 투약하느냐에 따라 약효가 바뀜을 이용해 환자마다 적절한 투약 시간을 찾아 최적의 치료 효과를 가져오는 시간요법(Chronotherapy)를 개발했다.

김대욱 박사과정이 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시스템 생물학 (Molecular Systems Biology)’ 7월 8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고, 우수성을 인정받아 7월호 표지논문으로 선정됐다.

김재경 교수는 “수학이 실제 의약학 분야에 이바지해 우리가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데 도울 수 있어 행복한 연구였다”라며 “이번 성과를 통해 국내에선 아직은 부족한 의약학과 수학의 교류가 활발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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