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 자가면역질환 시밀러 3종으로 시너지 극대화

세계 최대 매출 휴미라 복제약 '임랄디' 유럽 허가
세계 유일 매출 1~3위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모두 개발
약 특성 조금씩 달라 선택의 폭 넓힌 의미
  • 등록 2017-08-30 오전 11:15:53

    수정 2017-08-30 오후 4:23:15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바이오시밀러 개발 전문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의약품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로부터 최종 판매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베네팔리(미국명 브렌시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플릭사비(미국명 렌플렉시스.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바이오의약품 3종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한 유일한 회사가 됐다.

휴미라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160억8000만달러(약 18조원)의 매출로 가장 많이 팔리는 약 1위에 오른 약이다. 엔브렐은 88억7000만달러(약 10조원)으로 3위, 레미케이드는 86억9800만달러(약 9조8000억원)으로 4위를 기록했다. 이들 약은 모두 류마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치료용 바이오의약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자가면역질환은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대장염, 건선, 강직성척추염을 비롯해 100가지가 넘으며 미국에서만 환자 수가 5000만명이 넘을 만큼 환자 수가 많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이 검사장비를 확인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일각에서는 세 종류의 자가면역질환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모두 개발해 서로의 시장을 잠식하는 소위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측은 “모두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에 쓰긴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약의 특징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성장질환, 크론병 등 허가받은 질병 종류가 가장 많다. 하지만 엔브렐은 반감기가 짧아 체내에 남는 약 성분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고령환자나 신장이나 간기능이 떨어진 환자 같이 고위험 환자가 쓸 수 있다. 레미케이드는 다른 약보다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치료효과가 크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환자의 증상 및 특성에 따라 선택 가능한 옵션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바이오시밀러의 경쟁자는 오리지널약이지 다른 바이오시밀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설립 5년차라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바이오의약품 세 종류를 모두 개발하게 된 원동력은 ‘될성 싶은 떡잎’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이 지금까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등 바이오의약품 사업에 투자를 한 금액이 2조~3조원대로 알려져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출범 당시 신약보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결정했다.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분자구조가 동일한 화학의약품의 복제약과 달리 단백질이나 세포를 이용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은 분자구조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복제약을 비슷하다는 뜻의 ‘시밀러’라고 부른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이름에 걸맞게 신약을 개발해야지 무슨 복제약이냐”고 비아냥댔지만 제약업 경험이 전무한 삼성으로서는 성공 가능성이 신약보다 높은 복제약 개발에 역량을 집중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로 후발주자가 추격하지 못하게 차이를 벌리고 규모의 경제를 만든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험을 의약품 산업에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며 “이 정도의 대규모 투자는 글로벌 제약사들도 쉽게 내릴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효율적인 프로세스 관리로 연구개발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실제 제품을 상용화하는데 통상적으로 걸리는 7년 정도의 기간을 4~5년으로 단축했다. 임상시험은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 맡기는 대신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나라에 직접 인력을 파견해 환자 모집을 직접 챙겼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의약품 인허가 절차는 나라마다 모두 다르지만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나라별 맞춤형 답변과 자료를 미리 준비해 시간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번 유럽 허가도 유럽의약품청의 약물사용자문위원회로부터 긍정의견을 받은지 2개월만에 완료됐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베네팔리를 호주, 캐나다, 한국, 유럽에, 플릭사비를 미국, 유럽, 호주, 한국에 출시했다. 지난해 2월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한 베네팔리는 지난해 유럽에서 1억60만달러(약 117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7배 늘어난 6530만달러(약 735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세다. 이번에 허가를 받은 임랄디는 빨라야 2019년에 판매가 가능하다. 휴미라의 특허가 내년 10월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휴미라의 특허만료로 바이오시밀러가 처음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하는 2020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3가지 바이오시밀러는 19억달러(2조1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경쟁이 본격화되는 2022년에는 32억36000만달러(3조 6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바이오시밀러는 환자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오리지널 약과 동등한 효과를 인정받아야 한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고가의 치료제에 대한 바이오시밀러에 집중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외에 항암제, 당뇨병치료제 등의 바이오시밀러도 개발 중에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요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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