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파워칩 D램 손뗀다··글로벌 반도체 지각변동

대만 메모리업체 파워칩, 글로벌파운드리스에 팔려
파운드리 급성장··애플·퀄컴 등서 모바일향 주문 밀려
올해 파운드리만 공격투자··PC 시대의 종언 관측
  • 등록 2013-02-07 오후 2:14:16

    수정 2013-02-07 오후 2:19:27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스마트폰 폭풍이 글로벌 반도체업계을 뒤흔들고 있다. PC에 주로 탑재되는 D램 메모리 대신 스마트폰향 물량 주문이 넘치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쪽으로 중심이 쏠리는 추세다. 세계 7위 D램업체 대만 파워칩은 파운드리업체에 매각됐으며, D램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도 파운드리사업을 급격히 키우고 있다. 불황에도 파운드리업계만은 공격 투자에 나설 정도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 메모리업체 파워칩의 12인치(300㎜) P3 웨이퍼공장은 세계 2위 파운드리업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에 매각됐다. 파워칩 채권단은 P1·P2 공장도 조만간 매각을 성사시킨다는 목표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올해 1분기 안에 파워칩 P3 공장의 D램 생산을 중단하고 파운드리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파워칩의 월간 D램 생산량은 4만5000장(12인치 웨이퍼 기준) 수준이었다. 파워칩은 그동안 미국 마이크론 자회사로 편입돼 있었다. 지난 2011년 초 D램사업부를 일본 엘피다에 매각했는데 엘피다가 다시 마이크론에 팔리면서다.

최근 3년 세계 파운드리업계 매출추이. 단위=억달러. IC인사이츠 제공.
파워칩의 매각은 파운드리사업의 성장세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파운드리는 다른 업체로부터 주문을 받아 맞춤형 반도체를 제조한다. 최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이 급성장하면서 애플·퀄컴·AMD·브로드컴 등으로부터 주문량이 넘치고 있다. 파워칩의 D램 시장점유율이 1% 안팎이긴 하지만 D램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상징성이 크다.

자체 생산력을 갖춘 종합반도체업체들이 불황 탓에 투자를 줄이고 있지만, 파운드리업계만은 공격 행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1, 2위 순수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와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올해 투자를 늘리거나 전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4위인 대만 UMC는 무려 30배 이상 늘린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시바 등 종합반도체업체들이 30% 안팎 투자를 축소하는 것과는 대조된다. 이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TSMC 등 파운드리는 모바일 신규 물량을 충족하고자 투자를 더 늘릴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의 대명사인 삼성전자(005930)도 올해 파운드리사업은 크게 확대한다. 올해 글로벌파운드리스를 제치고 업계 2위에 오른다는 목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고위임원은 “시스템LSI사업부에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성장이 유독 두드러져 보이지만, 파운드리도 그에 못지 않다”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의 자료를 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사업에서 43억3000만달러(약 4조7200억원)의 매출로 첫 톱3에 진입했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반도체담당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투자를 줄이는 대신 파운드리는 크게 늘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적자를 면치 못했던 동부하이텍(000990)도 최근 2분기 연속 흑자다. 지난해 파운드리업계 9위에 올랐다. 메모리 매출이 대부분인 SK하이닉스(000660)도 파운드리 시장을 엿보고 있다. 충북 청주의 M8 공장에서 디스플레이구동칩(DDI)을 위탁 생산 중이다. 매출은 전체의 1% 수준으로 미미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늘린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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