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각 부처들의 업무보고가 마무리된 8일, 공무원들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MB(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코드에 맞는 정책들을 대거 준비했지만, 인수위가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 인수위 신중 모드로 전환
노동부는 8일 업무보고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보고했으나 무안만 당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업무보고 전인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보고는 있었지만 채택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업무 보고에서는 노동부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호 인수위 사회교육문화 분과는 특히 "이렇게 중요한 내용이 (인수위 보고 이전에) 먼저 나가도 되겠냐"고 불호령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1년 확대할 경우 고용 유연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어 재계는 이 정책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노동계는 "노동부가 인수위에 선물을 싸갔다"며 강력 반발했다.
정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정년 연령도 현행 60세에서 연금수급 개시 연령에 맞춰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내용. 정년 연장안은 이 당선자가 선거 당시 공약한 내용이다.
이 대변인은 이에 대해 "보고는 됐지만, 논의는 안됐다"고 평가 절하했다.
인수위가 '신중 모드'로 돌아서는 모습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 정부부처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 지`..우왕좌왕
재경부는 7일 업무보고 전 이 당선자의 공약에 맞춰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완화 방안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런 정책은 기존의 재경부 입장을 180도 뒤집는 것.
강만수 인수위 경제 1분과 간사는 7일 이례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서는 현 제도의 시행을 1년간 본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최경환 경제 2분과 간사도 "새 정부 정책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가격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주관부서 중 하나인 건교부는 어느 장단에 발을 맞춰야 할 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분위기.
건교부는 지난 7일 수도권 용적률 완화와 재건축 규제 완화 등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 실행방안을 대거 준비해 갔지만, 인수위 측은 "가격 안정이 최우선"이라는 말만 강조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업무보고 첫날 교육부가 깨지는 것을 보고 보고서를 확 바꾼 부서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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