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지난 10월 주가하락으로 호되게 당한 투자자들은 이제 확실한 신호가 없다면 아예 시장에 뛰어드는 일을 피하고 있다. 지난 달 물가상승폭이 우려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투자자들은 유가 반등 소식이 들리자 곧바로 주식을 내다팔았다. 이젠 오일(oil)의 `o`자만 뉴스에 나와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모양이다.
섀퍼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마켓 스트래티지스트인 크리스 존슨은 "16일 거래량이 감소한 것은 투자자들이 (주가가 수주간 상승한) 현 시점에서 시장에 뛰어드는 일을 꺼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날 뉴욕증시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15억8000주, 나스닥이 17억1000만주를 기록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한번 크게 당한 이후 두번 조심하고 있다(once bitten, twice shy)"라고 말했다. 주가가 10월초 고점에서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던 악몽이 되살아날까봐 이젠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 솥뚜껑 보듯이` 안절부절 못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관점에서 17일 뉴욕 증시 추가 상승은 `낙관론을 확실히 지지해줄 만한`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시장에선 10월 신규주택착공, 주간 신규 실업보험청구자수, 10월 산업생산 및 설비가동률, 11월 필라델피아 연준 제조업지수 등이 발표된다. 이 중 특히 눈여봐야 할 지표는 산업생산으로 허리케인의 멕시코만 피해 이후 제조업체들이 얼마나 회복됐는 지 여부가 관건이다.
시장의 물을 죄다 흐려놓는 제너럴 모터스(GM) 같은 기업이 추가로 등장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S&P 500 구성종목 대부분이 3분기 실적발표를 마쳤지만 아직까지 휴렛패커드(HP), 월트디즈니 등 굵직한 기업 일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HP와 디즈니는 17일 장 마감후 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날 장마감후 실적을 발표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순이익이 전년비 46% 급감했다고 밝히면서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2.7% 빠졌다.
잊을만 하면 시장의 최대 변수로 등장하는 유가 움직임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한국시간 오후 3시40분 현재 뉴욕 시간외 거래에서 유가는 전날보다 0.02달러(0.03%) 내린 57.8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S&P 500 선물은 0.60포인트 오른 1235.30, 나스닥 100 선물은 0.50포인트 내린 1661.00을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