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금센터 "금융불안 속 인플레이션 반등 소지, 혼란 커진다"

주요국 인플레, 예상보다 하방경직적이거나 반등 우려
"통화정책 불확실성, 금융 변동성, 경기침체 우려 동시다발적으로 제기"
  • 등록 2023-03-17 오후 2:22:57

    수정 2023-03-17 오후 2:22:57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금융불안이 커지는 상황 속에 인플레이션이 반등하거나 하방경직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은행으로서는 금융안정과 물가안정 중 어느 것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압박에 놓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주요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경기침체 우려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될 소지가 있다는 전망이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 물가상승 자극할 4대 요인 부상


강봉주 국금센터 부전문위원은 17일 ‘주요국 인플레이션 전망과 위험 요인’이라는 보고서에서 “금융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주요국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2월부터 경직적 물가 또는 반등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부전문위원은 “1월 물가지표가 예상을 크게 상회하면서 기본 시나리오보다 높은 물가 경로 및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며 “14일 발표된 2월 미국 물가상승률은 예상에 부합하면서 경직적 물가 우려가 다소 경감됐으나 근원물가 하락세는 매우 더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임금 상승의 리스크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경직적이거나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경제는 여전히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상태이며 인플레이션은 하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강 부전문위원은 △중국 리오프닝 △국제 원자재 가격 반등 △견조한 고용시장 △금융여건 개선 등을 향후 인플레이션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중국 리오프닝으로 중국 공급망 차질 해소가 글로벌 물가에 미칠 마이너스 영향은 제한적인 반면 중국 수요 급증으로 물가가 자극될 가능성은 더 크다는 평가다. S&P는 중국 리오프닝에 각국 인플레이션이 최대 0.5%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은 글로벌 수요 기대와 우크라이나 전쟁, 셰일 투자 감소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작년 12월초를 저점으로 높여 나가는 중이다. 곡물은 엘니뇨 등 기상 요인으로 변동성이 급등할 소지도 있다.

고용시장의 경우 큰 폭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로존, 일본, 브라질 등 주요국 실업률이 20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노동시장은 매우 뜨거운 상태다. 글로벌 금융여건 또한 물가안정 중심의 중앙은행 통화정책 운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강 부전문위원은 “중앙은행이 긴축적 통화정책을 펼치게 되면 금리 상승 및 금융여건 악화를 통해 물가하락 압력이 형성되지만 작년 10월 이후 금융여건이 상당폭 완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금융여건 개선이 물가를 조절하려는 중앙은행들에게 난제라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 볼커 시대엔 ‘물가 안정’ 택했는데 연준의 선택은


특히 SVB 파산 등으로 금융안정성 우려가 증폭되면서 금리 인상 전망에 대한 시각차가 대폭 확대되는 등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JP모건 등은 연준이 금융불안과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도구를 구분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보지만 골드만삭스는 3월 금리 동결을 전망했고 심지어 노무라는 금리 인하까지 제기했다.

강 부전문위원은 “금융안정성이 저해된 가운데 경직적 물가 또는 반등이 현실화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 약화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SVB파산 사태가 진정되고 시장이 예상한 기본 시나리오대로 인플레이션의 점진적 하락 전망이 유효하면 다행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여러 리스크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부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과 성장 및 금융불안에 따른 금리 인하 압력이 혼재할 때 과거 연준은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우선시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다”며 “1980년대 폴 볼커 연준 의장은 물가 안정을 최우선에 두고 성장 둔화, 금융시장 불안을 감내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SVB사태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대응을 강조할 경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재개되고 연말부터 재개됐던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되돌림 현상을 보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금융안정성 저하와 경직적 인플레이션이 겹치면 최근의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약화되고 성장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SVB사태와 물가 경로가 초래할 금융시장 변동성과 성장 하방압력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 부전문위원은 “대외 수요 위축으로 수출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고물가·금융시장 불안이 겹치게 되면 우리나라의 성장 전망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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