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뿐 아니다. 각 언론사 법조팀장으로 구성된 대법원 출입기자단은 김 총장의 설명을 재차 요구하기 위해 10일 오후 총장실 방문을 예고했는데, 김 총장은 돌연 치과 치료를 이유로 이날 오후, 그리고 내일과 모레까지 연차를 냈다고 한다. 이쯤되니 ‘회피 신공’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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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의 사실관계는 아주 단순하다. 대검 감찰부가 이번 공용폰을 포렌식한 것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루된 ‘고발사주’, ‘장모 문건 사건’ 등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의혹이 불거질 당시 사용자는 권순정 전 대검 대변인(현 부산지검 서부지청장)으로, 대검 감찰부의 이번 포렌식은 그가 공용폰으로 기자들과 주고 받은 통화·채팅 내역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절차상 위법 여지가 높다는 점이다. 대검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에 따르면 ‘정보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하면서 사건과 관련성이 있는 정보를 선별해 증거파일 또는 선별 이미지 파일을 만드는 과정’에 ‘피압수자’ 참여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대검 감찰부는 이번 진상조사의 대상으로 사실상 ‘피압수자’인 권 전 대변인에게 포렌식 사실은 알리지도 않고, 진상조사와 관련도 없는 서인선 현 대변인과 서무 직원의 참관 불원 의사만 확인한 채 포렌식을 진행했다.
논란의 무게감을 모를 리 없는 김 총장은 그저 회피뿐이다. 그는 “감찰이 진행 중인 사안은 착수와 결과 사실만 보고받지, 총장인 저도 중간에 관여할 수 없다”고 했지만, ‘동문서답’이었다. 출입기자단은 그에게 ‘감찰 자체에 관여해달라’가 아니라 ‘감찰 절차상 위법 여부를 해명해달라’고 요구한 것이기 때문이다. 검찰청법상 ‘대검찰청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고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부여받은 검찰총장이 예하 감찰부의 절차상 위법 여부에 입을 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지금 검찰의 ‘감찰의 시대’라 불릴 만하다”는 한 현직 검사의 넋두리가 떠오르니, 정말 대검 감찰부가 ‘무소불위’의 경지에 오른 것인가란 생각까지 든다.
김 총장은 출입기자단에게 “제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라고까지 언성을 높였다. 대접은 그 자리에 맞는 의무와 책임을 다 할 때 받는 것 아닌가 김 총장에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