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원전 중요성 부각되지만, 한미정상회담서 논의 안할듯

원자력대회, 송영길 대표 발언으로 정치·과학계 주목
탄소배출·안전성에서 장점···협력 가능성 낮아
미국이 이미 기술 앞서, 정부 '탈원전' 변화도 없어
  • 등록 2021-05-21 오후 2:08:20

    수정 2021-05-21 오후 2:08:20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22일 새벽)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과학분야에서는 비대면 체계를 활용한 디지털뉴딜, 탄소중립, 신기술 등에서 양국의 과학기술, 정보통신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근 정치권, 원자력계 등에서 관심을 모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논의는 없을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 정상이 회담을 앞뒀지만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논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사진=이미지투데이)
SMR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목한 기술이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지목한 차세대 첨단 원자로이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담았다. 소형이라는 점에서 대형원자로보다 안전하고,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분산형 전원 구축에 적합하다. 또 수소생산, 해수담수화 등 전력생산 이외 산업에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올라가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12일까지 경주에서 열렸던 국내 최대 원자력분야 국제 행사인 ‘2021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에너지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유연한 전력망 설계, 안정성의 장점을 두루 갖춘 SMR에 주목했다. 지난달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혁신형 SMR 국회포럼’이 발족했고, 최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 간 회동에서 한국과 미국이 SMR에 대해 전략적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관심을 끌었다.

정치권·과학계에서는 SMR 논의 없을 것으로 전망

하지만 정치권, 과학계에서는 SMR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이미 SMR 기술에 앞서 있기 때문에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에 먼저 협력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낮다.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의제로 올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당 관계자는 “송 대표의 SMR 언급은 탄소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의원실 등에서 별도로 준비하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 관계자도 “차기 정부에서 하면 모를까 현 정부에서는 여러 차례 SMR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정상회담) 의제로 굳이 언급하면 SMR이 아니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전문가들도 SMR 논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학회장은 “학회가 요청받은 사항도 없고, 그동안 준비해온 부분도 없는데 한미 협력할 의제로 논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원자력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만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용희 KAIST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기술적인 차원에서 미국이 이미 앞서 있으며, 한국이 분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희 교수는 “미국의 벤처기업 뉴스케일(Nuscale)이 혁신 SMR에서 주도권을 잡았고, 빌게이츠의 ‘테라파워’ 등이 SMR에서 파괴적인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며 “미국이 경쟁 국가인 한국을 굳이 초청해서 협력하자고 할 필요가 없고, 한국 정부도 매달릴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 세계에서 SMR 혁신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한국은 이미 늦었다”며 “국내 분위기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주도권을 이미 뺏겼기 때문에 정부 지원과 함께 원자력계가 분발해 주도권을 찾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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