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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유혈 폭력 사태까지 발생하며 미국 대다수 도시가 불안에 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급진 좌파’로 규정하면서, 사태는 악화일로로 번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75개 도시로 시위 번져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시간) 미국 대다수 도시에서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이 일어나면서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는 미국 내 75개 도시로 번졌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주 방위군은 캘리포니아, 텍사스,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 펜실베이니아 등 15개주와 워싱턴DC에 동원됐다. 그 숫자만 5000명 안팎이다. 아울러 2000면 안팎이 추가로 대기 중이다. 미국 내 20여개 도시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발동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방 행정당국이 동시에 통금령을 내린 것은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워싱턴DC에 있는 백악관 인근은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백악관을 지키는 비밀경호국(SS) 직원들이 흑은 시위대와 출동했고, 백악관 인근 연방정부 건물인 보훈처는 시위대에 의해 손상됐다. 뉴욕에서는 수천명의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했고, 월가가 위치한 로어맨해튼 지역에서 상점 10여곳이 약탈 당했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약탈과 방화가 횡행했다. 미니애폴리스는 지난 26일 첫 항의 시위가 발생한 지역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 내 뿌리 깊게 박힌 인종차별 문제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읽힌다. 1992년 5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흑인 폭동이 대표적이다. 흑인 운전자 로드니 킹이 4명의 백인 경찰에 의해 구타 당했는데, 해당 경관들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분노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백인 우월주의 문화는 더 확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경제가 침체한 와중에 흑인 하층민 계층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점도 한 요인이다. 김위대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현재 국제사회에는 실업 증가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계층간 불만이 고조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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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고 “테러 조직 지정할 것”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대를 ‘안티파’라 부르며 “테러 조직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대응해 급진좌파 세력을 일컫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항의하는 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자” 등으로 비난했는데, 더 수위를 높여 강경 대응을 예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반 주 방위군이 미니애폴리스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실행한 훌륭한 업적을 축하한다”며 “안티파가 이끄는 무정부주의자들이 빠르게 진압됐다”고 했다. 이어 “(미니애폴리스 지역의) 시장이 첫날 이 일을 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시위와 관련한 여러 글을 트윗 혹은 리트윗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민주당 인사들이 이끄는 시와 주(州)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뤄진 진압을 잘 봐야 한다”며 “다른 주들도 더 늦기 전에 방위군을 투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