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물러나나…포스코 내부 뒤숭숭

18일 긴급 이사회서 거취 논의
"1일 창립 50주년 맞았는데…" 직원들 씁쓸
벌써부터 후임자 누가 될지도 관심
  • 등록 2018-04-18 오전 9:55:37

    수정 2018-04-18 오전 10:05:17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뒤숭숭하죠.” 권오준(68) 포스코그룹 회장이 18일 사의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사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날 일찍 출근한 직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관련 소식을 주고 받았다.

특히 지난 1일 포스코 창립 50주년을 맞은지 보름여만에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과 함께 다만 일부에선 아직 모르는 직원들도 있다”며 “매번 정권 교체 시기 때면 불거지는 만큼 뒤숭숭한 분위기는 맞지만 별 동요 없이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에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총수가 중도하차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버렸다. 실제로 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등 포스코 최고경영자(CEO)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전임 회장들이 공식적으로 밝힌 사임 이유는 다양했지만, 정권 교체와 관련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권 회장의 전임인 정준양 전 회장(2009년 1월∼2014년 3월)은 권 회장과 비슷한 전철을 밟다 사임했다. 정 전 회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국빈만찬과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 베트남 국빈방문 사절단 등 대통령이 참석한 주요 행사에서 배제됐다.

권 회장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 등 4차례 해외 순방을 나서는 동안,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불과 19일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CEO가 교체됐다’고 묻자 “정도에 입각해서 경영을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직원들은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가 수장이 될까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한편 권 회장은 이날 오전 8시 대치동 포스코 본사에서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사진에게 퇴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1시간 30분이 지났지만 아직 진행 중이다. 이날 포스코센터에 출근한 권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이사회에서 논의해보겠다”고 짧게 답했다.

권 회장의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2년 가까이 남아 있다. 2014년 3월 정준양 전 회장 후임으로 선출된 뒤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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