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경제학]①전염병,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블랙스완`

  • 등록 2016-03-22 오후 12:00:01

    수정 2016-03-22 오후 12:00:01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본격적인 봄철을 맞아 기온이 올라가면서 전염병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 브라질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 신생아 머리가 비정상적으로 작은 기형을 유발하는 질병)는 최근 기온 상승으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처음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브라질을 방문했다가 귀국한 L(43)씨가 22일 오전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도 더 이상 지카 바이러스의 청정지대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염병 확산 따른 ‘스필오버 효과’ 커져

1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연말까지 전체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70만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고 보도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경제학자들은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이 미국 금리인상, 원자재 가격 하락, 중국 경제 둔화 등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했다고 입을 모은다.

전염병이 창궐하면 당장 해당 국가 경제 뿐만 아니라 주변국 경제도 직격타를 입는 이른바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월경(越境)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쉽게 전염될 경우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당장 소비가 급감하고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 투자 감소, 고용감소 등으로 이어져 경제 근간이 흔들린다. 세계은행은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과 멕시코 등지로 확산되면서 중남미 국가경제 피해가 최소 35억달러(약 4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전염병 휩쓸면..관관산업 등 경제 직격타

한국도 경제를 뒤흔드는 전염병 여파를 겪은 경험이 있다. 한국은 지난해 4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들로 꽉찼던 명동 거리가 한 때 텅텅 비었다. 당시 한국은행은 메르스에 따른 외국관광객 감소로 국내총생산(GDP)의 0.1%포인트(p)가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메르스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규모만 해도 5조3627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가 지난 2003년 전세계적으로 창궐할 때 한국에서는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홍콩 등 한국 주변국에서 사스가 유행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당시 홍콩은 GDP의 4%p, 중국은 GDP의 0.5%p, 한국은 GDP의 0.5%p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경제 위기의 경우 조짐이 나타나고 이에 따른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질병이 창궐하면 관련 백신을 개발하는 데 적어도 1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블랙스완’(Black Swan: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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