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미쳤나 베이시스가 미쳤나

증시 변동성에 베이시스도 날뛰어
차익매물이 현물시장 수급 악화
  • 등록 2011-09-29 오후 3:25:39

    수정 2011-09-29 오후 3:25:39

[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지난 27일 하루 출장을 다녀온 직장인 김모씨는 다음날 출근 후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보고 깜짝 놀랐다.

27일 베이시스(선물과 현물값의 차이)는 3.01. 이날 코스피 지수가 5% 이상 반등했으니 베이시스도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치솟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런데 이날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에 따른 현물매수는 고작 1300억원. 베이시스가 개선되면 차익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는 게 당연한데, 그 강도가 약했다.

최근 증시에서 베이시스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과거 평균적으로는 -1과 1 안팎에서 움직이는게 보통이었지만, 요즘은 이 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베이시스 역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7일 종가 베이시스가 3을 넘어선 것은 동시호가 시간에서의 변동성 탓이었다. 현물시장도 급등세를 펼쳤지만, 오후 3시 현물시장 마감 뒤 15분간 선물시장이 더 큰 폭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선물과 현물의 가격차인 베이시스도 높게 치솟았던 것.

베이시스의 급등세가 현물시장 장 마감 후 이뤄진 만큼 차익거래에도 별다른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 지나치게 치솟은 베이시스가 다음날인 28일에는 빠르게 제자리로 돌아갔고, 베이시스가 급락하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차익매물이 대규모로 쏟아졌다. 외국인의 현물매수에도 불구하고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차익매물의 영향이 컸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현물과 선물시장의 변동성을 키웠고, 이로 인해 베이시스의 변동성도 상당히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선물시장에서도 하루 등락폭이 10포인트 이상인 경우가 많아졌는데,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10포인트는 한달동안의 변동폭이라는 것.

현물과 선물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면서 베이시스의 변동성도 커졌고, 이로 인한 차익매물이 현물시장에 재차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상태다.

현물시장에서도 뚜렷한 매수 주체가 존재하지 않고 있으니, 베이시스 변동으로 인한 차익매물에도 시장이 쉽게 휘청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현물 시장에서의 매수주체가 확실히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이같이 혼란스러운 현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시스가 휘청거릴 때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차익거래 주체는 국가지자체다.

지난 28일에도 차익매물 3780억원이 쏟아졌는데, 대부분이 국가지자체 매물로 추정되고 있다.

국가지자체의 경우 거래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최근과 같이 베이시스가 급등락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차익거래 참여 기회가 많아진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국가지자체의 프로그램 매도 여력이 최대 7000억원 가까이 남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가지자체의 차익매물이 몇차례 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베이시스가 개선될 때 유입될 수 있는 프로그램 매수 여력이 3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프로그램 수급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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