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달은 이라크 주변국들

아랍권, 전쟁 막기위해 후세인 망명 중재
미국과 이라크는 전쟁 불사 의지 확고
  • 등록 2003-01-21 오후 3:31:51

    수정 2003-01-21 오후 3:31:51

[edaily 유용훈기자]UN무기사찰단의 보고서 제출 시한인 1월27일이 다가 오며 이라크 사태는 전쟁이 불가피한 쪽으로 무게 중심이 기울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설이 확산되는 등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이번 주 들어 미국까지 후세인의 제3국 망명을 전제 조건으로 전쟁을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제 후세인 망명 가능성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 망명이 가장 절실한 쪽은 미국이나 이라크 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라크 주변국들이다. 아랍권 입장에서는 미국의 군사행동으로 야기될 많은 불확실성 보다는 피도 흘리지 않고 혼란도 피할 수 있는 후세인의 망명이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현재 후세인 망명설의 중심에는 사우디 아라비아나 이집트, 요르단 등 이라크와 국경을 같이하고 있거나 이 지역 내 리더 격인 국가들이 언급되고 있다. 또 외신 등을 통해 전해지는 후세인 망명설 내용도 아랍권 외교 소식통들을 근원지로 하고있다. 전해 지는 내용도 이집트와 터키, 사우디 등이 전쟁을 막기 위해 후세인에게 망명을 설득하는 방안을 들고 중재에 나섰다는 소식부터 망명지가 리비아와 이집트, 벨로루시, 쿠바, 북한이 될 수 있으며, 중재국인 이집트와 사우디도 가능하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구체성을 띠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이라크 내 쿠데타 가능성도 간간히 흘러나오고 있다. 외신들은 일부 아랍권 국가에서 후세인 망명 중재 노력과 함께 후세인 측근들을 통한 쿠데타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황을 토대로 한 결론은 후세인 망명 가능성이 아직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군사력을 통한 사태 해결의지를 표명하며, 이 지역 내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 동맹국인 영국도 수만의 병력을 파견키로 하는 등 사실상 전쟁은 피할 수 없는 분위기로 가고있다. 상대적으로 이라크도 전쟁 불사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당사자인 후세인은 무기사찰단의 활동은 보장하겠지만 전쟁을 피할 수 없다면 끝까지 싸우겠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랍권이 후세인 망명 등 전쟁을 피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데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현재 아랍권 국가들은 각자의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힘든 위치에 놓여있다. 많은 국가들이 경제나 정치적 안정을 위해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반해 국민의 상당수인 이슬람교도들은 대부분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에 대해 적개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투르크인(이슬람교도)들은 10중 9명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후세인을 비난하는 이슬람교도들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간 분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지하는데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군사행동을 보는 시각도 이라크의 원유와 중동지역 내 정치 역학 관계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있다. 반미 정서가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지금은 지난 91년 걸프전 당시와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당시에는 아랍국 대부분이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몰아내기 위한 미국의 군사행동을 전폭적으로 지지했으나 지금은 UN을 통한 해결책을 주장하며 미국에 비 협조적인 분위기다. 그리고 전쟁에 절대적인 기지사용에 있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기 쉽지않은 상황이다. 이러다 보니 미국의 입장과 자신들의 입장을 수용하면서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아랍권이 후세인 망명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각국의 입장도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다. 특히 이번 군사행동에 핵심이 되는 터키의 경우 UN의 지지를 요구하며 미국에 대한 기지사용을 허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터키가 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전쟁으로 인해 쿠르드족의 독립요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고, 이제 겨우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가 타격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측은 터키 군기지의 시설 보완과 자금 지원을 제시, 군기지 사용권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외신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양국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했다. 이라크와 상당한 교역을 하고있는 요르단도 전쟁으로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 미국과 보상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이라크와 바로 맞대고 있어 전쟁이 발생하면 상당한 난민이 국경을 넘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리아와 터키는 전쟁이 개시되면 1백만 명 이상의 난민이 국경을 넘을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걸프전 당시에는 2백만 명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후세인 망명에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사우디도 유가 안정이나 정권을 뒤 흔들 수 있는 국내 반미 감정 등 여러 면에서 선뜻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이 같은 노력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은 후세인 망명과 같은 결과 물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전쟁이 피할 수 없다고 여겨지면 주변국들은 이를 통해 얻게 될 경제적 보상에 더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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