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과 AMD가 새롭게 결성한 ‘x86’ 연합은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을 견제하자는 데 뜻을 함께하며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로 선언한 것으로 이에 황 CEO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업계에 전반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
17일(현지시간) 미 IT전문 매체 CRN에 따르면 황 CEO는 “x86 아키텍처를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인텔과 AMD가 x86을 통합하려는 노력에 대해 지지의 입장을 밝혔다.
황 CEO는 “x86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는 PC, 워크스테이션(고성능 컴퓨팅 작업을 위해 설계된 컴퓨터), 데이터센터를 위해 x86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키텍처의 분열은 업계에 좋지 않기에 그들이 하는 일(인텔과 AMD의 동맹)이 마음에 든다”며 “x86을 하나로 모으고, x86이 계속 x86으로 남도록 보장하지 않으면 더 이상 x86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일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x86 아키텍처의 지속성을 강조한 것은 ARM 아키텍처와의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 등 기술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는 현재 업계의 기술 표준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함께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미 IT 매체 더블유씨씨에프테크(Wccftech)는 “인텔과 AMD 연합이 엔비디아에는 AI 시장을 중점으로 두고 여러 기업이 협력해 경쟁에 직면하게 되는 일인데 황 CEO의 이러한 발언이 매우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미디어텍과 협력해 ARM 아키텍처 기반 AI PC 칩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ARM 아키텍처를 통해 새로운 시장 기회를 엿보는 한편 x86 아키텍처는 여전히 많은 PC와 데이터센터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황 CEO는 두 아키텍처 모두를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
x86은 인텔이 1978년 개발한 반도체 설계 표준이며, AMD는 인텔로부터 x86 라이선스를 받아 반도체를 개발해 양사는 지난 40년간 CPU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을 펼쳤다. 이에 x86은 PC 시장뿐 아니라 서버 시장에서도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을 중심으로 저전력에 강점을 갖고 있는 ARM 설계 칩을 채택하는 회사가 늘어나며 x86의 지위가 위협받게 되자 협력에 나선 것이다.
현재 배터리가 한정된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시장은 ARM이 독식하면서 애플은 물론 퀄컴·삼성전자·미디어텍 등이 모두 ARM 방식으로 스마트폰 칩을 설계한다. 여기에 주로 스마트폰에 들어가던 ARM 설계 방식의 CPU가 저전력을 앞세워 PC 시장을 침범하면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x86 기반 CPU 점유율은 2023년 68%에서 2026년 60%로 떨어지는 반면, ARM 기반 제품의 비율은 같은 기간 15%에서 25.3%로 성장할 전망이다.
펫 겔싱어 인텔 CEO는 이날 인텔과 AMD 동맹에 대해 “인텔과 AMD의 첫 번째 파트너십”이라며 “일각에서 ‘x86은 끝났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건재하며, x86은 번영하고 있다. 리사 수 AMD CEO도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