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가 20일(이하 현지시간) 서아프리카 말리의 한 호텔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인 끝에 현재까지 2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자들은 미국인과 중국인, 러시아인, 벨기에인 등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무장단체는 이날 오전 6시30분께 말리 수도 바마코에 있는 5성급 호텔 래디슨 블루에서 직원과 투숙객 170여명을 붙잡고 인질극을 벌였다. 이에 말리 특수부대와 프랑스 및 미국 특수부대 대원들이 진압에 나섰으며 14시간여 만에 인질 126명을 구출했다.
사건 직후 알카에다 연계 이슬람 무장단체 ‘알 무라비툰’은 이번 인질극이 자신들 소행이라며 “용감한 기사들이 (이슬람) 예언자를 조롱한 서방에 복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등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말리 정부 관계자와 서방 출신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이 호텔을 상징적으로 공격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단체 주장이 사실인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보당국 역시 이슬람국가(IS)보다는 알무라비툰과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이 공동으로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일주일도 안되는 기간에 극단적 이슬람 사상을 가진 세력들이 또 다시 테러를 일으키자 국제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폭도들이 인류의 양심을 무시하고 극도로 흉악하고 잔인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분개하며 강렬히 비난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은 자국민이 IS에 인질로 잡혀있다 끝내 살해당하자 IS 등 테러집단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6명에 달하는 자국민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며 테러세력들과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말리 인질극은 잔혹한 범죄”라며 “이같은 위험에 맞서려면 국제사회가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985년 탄생한 솅겐조약은 검문검색없이 유럽 내 국가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나의 유럽’을 만든 기반이지만 테러범들이 프랑스와 벨기에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를 실행했다는 소식에 조약국 간의 이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역시 “ISIL(이라크·레반트 국가:IS의 전신)이 국제 평화 및 안보에 전례 없는 위협을 주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모든 수단을 통해 이 위협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테러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커지고 있다. 벨기에 내무부는 21일 구체적인 테러 정보를 입수했다며 수도 브뤼셀의 모든 지하철 역사를 폐쇄했다. 이튿날에는 뉴욕에서 출발해 터키 앙카라를 향하던 터키항공 여객기가 폭탄 테러 위협을 받고 캐나다로 회항하는 해프닝이 벌이지는 등 글로벌 사회의 공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