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각의 핵심을 이루는 경제팀 개각에서는 IMF 외환위기를 비롯해 온갖 위기를 겪어본 베테랑들이 전면에 배치됐다. 그러나 이들 역시 출신과 성향 등을 감안할 때 강만수 장관의 대를 잇는 `올드 보이`라는 평가다. 갈수록 심화되는 경제 위기에 이들의 경험이 빛을 발할 수 있을 지 관심이다.
◇ 산뜻하지 못한 개각
지난해 연말부터 개각설이 무성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경제 위기속에 집권 2년차를 맞이하는 만큼 국정을 쇄신하고 새해를 맞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묵묵부답이었다.
지난 2일 신년사에서 비상경제정부 체제 구축을 최우선 국정과제를 제시하는 등 위기 위식은 남다르지 않았지만 인사를 바꾸는 것은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개각설이 나올 때 마다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을 것`이라며 수요가 생길 경우에 한다는 원칙론을 반복했다.
하지만 1·19 개각이 진행된 과정은 이런 대통령의 의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당초 유임이 확실시됐던 한상률 국세청장이 그림 상납과 골프 회동을 통한 인사청탁 의혹으로 십자 포화를 받고 결국 사퇴하면서 4대 권력기관장중 셋이 교체되더니 그예 개각까지 연달아 터져 나왔다.
특히 개각과 관련해서는 몇몇 인물을 끝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뉘앙스도 풍겨나오고 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개각을 설명하면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미 통화스왑 체결 등으로 경제위기 극복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본인 스스로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한다며 사의를 표시했다"고 말해, 강 장관이 막판에 교체됐음을 시사했다.
강 장관은 잘 알려져 있다피시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대선 공약을 입안한 핵심 인물이다. 시장에서는 강 장관의 교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지만 이번에도 유임을 추진하다가 결국 낙마한 셈이 됐다.
◇ 2기 경제팀..강만수 장관은 물러나지만
2기 경제팀이 새로 짜여졌지만 강만수 장관의 대를 잇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들 모두 갖은 위기를 겪어 지금같은 위기 국면에 더 없이 유용하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모피아 출신인 데다 참여정부 시절 공직에 있으면서 참여정부와 마찰을 일으켜 야인 생활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일부는 강만수 장관과 매우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져 있기도 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는 행시 10회 수석으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무부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으로 재직하던 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공직에서 물러났다. 강만수 장관이 당시 차관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둘의 관계가 어떨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는 외유했지만 참여정부 시절 금융감독위원장으로 복귀한 뒤 전임자가 미루고 미뤘던 생명보험사 상장 문제를 해결했다. 특히 참여정부 때 현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완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강만수 장관의 법대 후배다. 참여정부에서 재정경제부 2차관을 지내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제2차관 재직 시절 남북경협추진위원장을 맡아 남북경협을 총괄하면서 참여정부의 386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갈등을 빚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갈등 관계를 조정한 윤진식 경제수석비서관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대상대 동문으로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 참여정부 출신 각료로는 유일하게 신정부 인수위에 몸담아 입각설이 돌기도 했다.
◇ 껄끄러운 공신의 귀환
한편 이번 인사에서는 차관 인사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주호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수석비서관이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으로 현직에 복귀했고,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공백을 깼다.
박 차장은 이 대통령이 절대신뢰하는 최측근인 동시에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인맥으로도 분류되는 인물. 이주호 차관 역시 이명박 캠프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다가 촛불 바람에 휩쓸려 낙마했지만 이번 개각으로 다시 돌아왔다.
최근 이뤄진 4대 권력 기관장 인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전진 배치된 데 이어 이들이 현업에 복귀하면서, 집권 2기 이명박 대통령의 친정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고질적인 인재풀 빈약도 재차 비난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장 민주당은 "박 차관 내정자는 11년간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맡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왕 비서관` 노릇을 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을 무시한 채 측근들을 다시 불러 들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