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 모에~" 일본 오타쿠들이 쓰기 시작했다는 이 속어는 기원이 엇갈리지만 이중 '뜨겁다'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게 정설. 주로 방안에 틀어박혀 한 가지 취미만 갖고 사는 오타쿠들의 애용어다. 우리말로 풀면 "어, 후끈해" 정도?
아무튼 이 정체 모를 말은 2005년 이후 일본에서 드라마 '전차남'과 함께 유행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전차남'은 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한 애니메이션 오타쿠의 연애 성공담. 그러나 이 드라마는 '오타쿠'는 냄새나는 별종이 아니라, 여자에게 헌신하는 듬직한 애인으로도 괜찮다는 생각을 심어줬다. 드라마는 또 한때 일본 전자산업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낡은 듯한 '아키하바라'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일까지 해냈다.
그러고 보면, '전차남'은 도쿄의 '센트럴 파크'라지만 노인들이 낮잠이나 자고 있는 히비야 공원까지, 낡은 그 모든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다. 하긴 때로 사랑이란, 낡은 것에 대한 새로운 발견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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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오타쿠 월드
여전히 아키바(아키하바라)는 단체 관광객들이나 새로운 컴퓨터를 사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그 사람들 사이에는 조용히 오타쿠들이 끼어 있다. 가방 가득 든 애니 캐릭터 카드를 거리 한 구석에서 조심스럽게 꺼내보며 희미한 웃음을 날리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들.
'사랑'은 얼마일까
로버트 인디애나의 팝 아트 조각작품 'LOVE'. 뉴욕 맨해튼에도 설치된 이 작품을 지날 때, 거주자들은 무심하고, 관광객들은 꼭 사진기를 꺼낸다. 3m66㎝의 이 거대한 조각의 가격은 약 25억원. 역시 '사랑'은 비싸다. 신주쿠 레인보우 빌딩 앞. '전차남'특수를 아직까지 가장 알차게 누리고 있는 곳은 카스미가세키역(황궁 근처) 주변의 히비야 공원. 이 공원 안쪽에 위치한 히비야사로(03-3591-2411) 2층 창가 테이블에는 이렇게 적힌 표지가 있다. '에르메스가 전차남(이 앉아있는 벤치쪽)을 보면서 친구들과 식사를 하던 곳. 이 곳에서 식사하면 어떤 사랑이라도 이뤄진다는 말이 돌고 있다.' 아쉽게도 이 곳은 요즘 파티용으로만 대관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식사를 하기에는 1층 야외 카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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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눈 티 혹은 만찬
"'B.E.N.O.I.S.T'라고 써 있어요. 어쩌죠." 에르메스의 집에 초대를 받아간 전차남은 그녀가 내놓은 티 세트를 보고 기겁을 해서, 인터넷을 통해 '동지'들에게 정보를 묻는다. 영국의 전통적인 티 메이커 '베노아 티룸'(03-3572-1111. 교환 6841)은 긴자의 마쓰자카야 백화점 4층에 위치. 명불허전이라고, 이 곳의'애프터눈 티 세트'(1890엔)는 제 값을 한다. 잘 구운 스콘, 샌드위치와 파운드 케이크(이것만 너무 달다)에 원하는 종류의 차 한 포트, 그리고 후식 셔벗까지 훌륭하다. 문제는 이 카페가 백화점 내 카페인지라, 들고 날 때 매대를 지나가야 한다는 것. 환상이 팍 깨진다. 저녁식사 장소로는 전차남이 에르메스와 처음으로 식사한 다이칸야마의 일식당 만요우테이(03-5457-1164·www.med-dining.jp/manyoutei)를 추천.
식당 한 가운데 운치 있는 인공 연못이 옹색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크기로 자리잡고 있다. 주인공들이 앉았던 정자는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호로호로도리' '이벨리코 돼지'등 드라마 속 요리는 없다. 자주 메뉴가 바뀌기 때문. 맛도 괜찮지만 분위기는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