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12일 뉴욕 주식시장은 3분기 어닝시즌의 하이라이트다.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 인텔와 인터넷업종의 대표주자 야후가 동시에 3분기 성적표를 공개한다.
인텔의 실적 공개는 전 세계 기술주의 향배와 주식시장 움직임을 결정짓는 빅 이벤트다. 지난 2분기에 인텔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며 인텔 쇼크를 불러일으킨 터라 3분기 실적에 쏠리는 관심은 어느 때 보다 높다.
*12일 실적발표 주요 기업(단위:달러)
◆인텔, 기술주 구원하나..재고수준 주목
톰슨퍼스트콜이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가들은 인텔의 3분기 매출과 주당순이익(EPS)를 각각 84억4960만달러, 27센트로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 78억3300만달러, 25센트보다 각각 7.9%, 8.0%씩 늘어난 수치다. 15일 실적을 발표하는 경쟁업체 삼성전자와의 비교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작년 3분기보다 호전됐지만 어닝 서프라이즈를 안겨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인텔은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3분기 매출을 86억달러~92억달러로 예상했는데 84억4960만달러의 매출은 이 범위보다 낮다. 다만 전통적으로 인텔이 하반기에 매출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을 전망이다.
인텔의 성적표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재고. 인텔은 지난 7월 2분기 재고가 15% 증가했다고 밝혀 엄청난 충격을 던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재고 증가가 자산 상각과 더 취약한 마진율을 예고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3분기 실적에서 재고 조정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줘야만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마진율도 관심사다. 인텔은 최근 3분기 및 연간 마진율이 당초 전망치 60%에서 58%로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은 바 있다. 60% 이하의 마진율은 세계 최대 반도체업체라는 인텔의 위상을 갉아먹는 위험 요인이다.
◆야후 실적개선 전망..자존심 회복할까
인터넷업종의 대표주자 야후도 실적을 공개한다. 톰슨퍼스트콜은 야후의 3분기 주당순이익과 매출이 모두 작년 3분기보다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톰슨퍼스트콜이 전망한 야후의 주당순이익과 매출은 각각 9센트, 6억4400만달러다. 지난해 같은기간 5센트, 3억5700만달러보다 대폭 개선된 수치다. 일부 전문가들은 예상치보다 더욱 좋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제프리스의 요세프 스콜라리 애널리스트는 "야후가 월가 전망치를 소폭 능가하는 실적을 공개할 것"이라며 "올들어 야후 주가가 큰 폭 올랐지만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는 믿음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후 투자의견도 `보유`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스콜라리 애널리스트의 믿음이 들어맞을 경우 야후의 자존심도 상당부분 회복될 전망이다. 야후의 최대 경쟁업체인 구글이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단행하고 아마존까지 검색엔진 시장에 진입하는 바람에 최근 야후의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메릴린치, 존슨앤존슨도 관심
인텔과 야후에 가려져 있지만 존슨앤존슨, 메릴린치 등도 실적을 발표한다.
메릴린치의 경우 최근 다른 투자은행이 부진한 실적을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 톰슨퍼스트콜은 메릴린치의 3분기 순이익을 작년 3분기보다 11% 감소한 92센트로 전망했다.
주식시장 침체와 금리인상 등으로 월가 투자은행들은 최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릴린치에 앞서 실적을 공개한 모건스탠리와 베어스턴스역시 3분기 이익이 지난 2분기보다 대폭 감소한 바 있다.
현재로선 4분기 실적에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다음달 2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불확실성 때문에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주식 매매가 일어나기 힘들다는 평이 우세하다.
블루칩의 대명사 존슨앤존슨의 전망은 밝다. 톰슨퍼스트콜이 전망한 존슨앤존슨의 주당순이익은 작년 69센트보다 7센트 많은 76센트다.
◆유가, 54달러 돌파할까
닷새째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유가에서도 눈을 뗄 수 없다. 전일 국제 유가가 54달러에 육박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은 고유가에 따른 경제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원유 수요가 많은 겨울철이 다가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60달러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제 비관론자로 유명한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또다시 경기침체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로치는 12일 `위험지대`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6%으로 0.3%포인트 낮췄다.
로치는 지난 1970년대 이후 세계 경제가 평균 3.7% 성장해왔다며 3.6%은 매우 위험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이 2.5%를 밑돌면 `침체(recession)`, 2.6%~3.6%은 위험지대(danger zone)`라고 평가한다. 로치는 위험지대 안에 진입한 세계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고 우려했다.
오펜하이머의 석유애널리스트인 파델 게이트도 마찬가지다. 게이트는 "고유가로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며 "세계 경제는 3~4개월 내에 휘청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장에서는 경제지표도 여럿 발표된다. 리치몬드, 캔사스시티, 시카고 등 미국 3개 연방은행이 제조업지수를 발표한다. 주간 레드북 소매매출과 ABC/Money 소비신뢰지수도 나온다.
선행지표인 주가선물은 하락세다. 한국시간 오후 3시25분 현재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나스닥100지수선물은 5.00포인트 낮은 1437.50, S&P500지수선물은 2.20포인트 떨어진 1123.50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