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설비투자를 독려하면서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종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정부는 새로 도입될 연구개발(R&D)투자 세액공제가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의 빈자리를 채워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세제 개편안을 일종의 압박카드로 쓰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보내고 있다.
◇ 정부, 비과세·감면 정비..임투세액 공제 폐지 검토
2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와 여당은 올해말 종료될 예정인 임시투자세액 공제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모아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 이후 `재정건전성 확보`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자 불필요한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는 차원에서 임투세액 공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현재 연구개발(R&D) 투자에 최고 3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새로운 투자 유인책을 검토중인 상황이라 임투세액 공제를 예정대로 중단하더라도 기업들에게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임투세액공제는 기업이 기계장치 등의 설비에 신규 투자하는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투자액의 10%를 법인세나 사업소득세에서 공제해주는 제도다. 기업투자 촉진 차원에서 지난 82년 도입돼 20년에 걸쳐 시행돼 왔으며, 중간에 7년 정도 제도를 쉬기도 했다.
이같은 정부 입장은 지난 12일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와의 비공식 회의 이후 가진 브리핑 자리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기됐다.
김 의장은 이때 상속·증여세 입법안을 유보하고, 임투세액 공제를 포함한 대기업 관련 규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임투세액 공제는 폐지하거나 세율을 축소(10%→7%)하는 쪽으로,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하는 예정대로 가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재계는 2조원에 달하는 임투세액공제 만큼의 세금을 기업들이 떠안아야하는 상황이 된다면서 우호적 투자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연장이 필수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기업들은 임투세액 공제가 당연히 연장된다고 보고 2~3년짜리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라며 "조 단위의 투자를 하는 기업 입장에서 공제율 10%는 상당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말 공제율을 7%에서 10%로 늘린데다, 다시 증가 지출분에 대해 추가 공제를 해주기로 하는 등 (임투세액 공제가) 투자 유인책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를 연장하지 않는다면 그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최근 각종 세제 지원과 한-EU FTA에 따른 혜택이 집중된 자동차 산업 분야를 거론하며 "자동차 산업은 이런 정부의 노력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움직임을 해줘야 하며, 그래야 우리 경제가 살지 않겠나"라면서 "(민간의 투자부진이) 안타깝기 짝이 없다"라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 내달 중순 정부안 확정..국회 통과 등 가변성 상존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정리되려면 시간이 남아있다. 당정 협의 등을 통해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지만, 정부안 자체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다 그 마저도 국회에 제출된 뒤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정부 관계자는 "세제 개편 전에 재계의 입장을 듣는 것은 매년 해오던 것으로 예년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면서 "재계의 주장과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종합해 다음달 중순까지 정부 입장을 최종 확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