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나무들 사이에 묻혀 사는 함 대표도 일년 중 단 하루는 사람들 숲에 둘러싸여 산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산의 날’(10월18일)이 그날이다. 이날이면 ‘한국 최고의 임업 경영인’ ‘산중 재벌(山中財閥)’이라며 함 대표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다. 이 때문에 함 대표는 요즘 1주일 후 찾아올 손님맞이 준비에 바쁘다. 각종 산나물을 채취해 만든 산채 음식이 그가 손님들에게 내놓는 특별메뉴이다.
1977년 후롱골 주변 30만평을 1평당 100원씩에 매입해 세운 동아임장의 자산 가치는 30년이 지난 지금 최소 1000억원이 넘는다. 초기 투자액(3000만원)의 3300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것도 임장 내에 심어져 있는 10만 그루의 나무 값만 얼추 따져서다. 평당 100원이던 땅값도 수십 배 이상 올랐다. 땅값까지 따지면 자산가치는 또 얼마나 불어날지 자신도 정확히 계산해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본래 건설업을 했다는 그는 “폭등하는 목재값 때문에 임업에도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이 본업이 됐다”며 “계속 건설업을 했다면 진작에 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으면서도 구역별로 따로 심지 않았다. 키가 큰 나무와 작은 나무를 섞어서 심는다. 같은 공간에 더 촘촘하게 나무를 심을 수 있는 동시에, 서로 다른 나무들이 생태학적 조화를 이뤄 더 잘 자라도록 하는 지혜였다. 나무 밑에는 쇠비름, 질경이, 고사리 등 80여종의 특용 작물을 골고루 심었다. 다양한 소출을 거두면서 남들은 10~20년씩 돈을 묻어둬야 한다는 임장 사업의 손익분기점이 혁신적으로 앞당겨졌다.
요즘 동아임장에서는 갖가지 ‘기능성 나무’의 약효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개오동 나무는 간암이나 신부전증에 좋고,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수액은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키며, 딱총나무는 뼈를 붙게 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함 대표는 “세계적인 의학연구소와 다국적 제약사들이 이러한 생약 성분 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누가 더 많은 신물질 특허를 갖느냐에 따라 기업은 물론 나라의 흥망도 갈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산=정철환기자 plomat@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