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푹 숙인 '신당역 역무원 살인' 피의자…'묵묵부답'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입사 동기였던 여성을 스토킹 끝에 살해한 30대 남성이 16일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의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정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후 3시 살인 혐의를 받는 전모(31)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전씨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결정된다.

이날 오후 2시 7분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전씨는 왼쪽 손에 붕대와 깁스를 하고, 검은색 반바지와 하늘색 병원복 상의 차림으로 호송차에 내렸다.

그는 마스크를 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으며 “왜 범행을 저질렀나”, “피해자에게 왜 합의를 요구했나”, “유족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오후 1시 40분쯤 서울 남대문경찰서 유치장에서 출발할 당시에도 전씨는 같은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15일 오후 전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모씨가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뒤쫓아가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

앞서 전씨는 지난 14일 오후 9시쯤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역사 내부 순찰을 하던 여성 역무원 A(28)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A씨는 당시 비상벨로 도움을 요청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붙잡혔다. 경찰은 전날 전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씨는 A씨와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던 사이로, 지난 2019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A씨를 불법 촬영하고 스토킹을 저질러왔다. 이로 인해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촬영물등이용협박)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까지 했다. 전씨는 15일로 예정됐던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시 전씨는 일회용 위생모를 쓰고, 흉기를 사전에 준비했다. 또 화장실에서 A씨가 나타날 때까지 1시간여를 기다리는 등 계획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찰 조사에서도 그는 “오래 전부터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의 범행이 계획적으로 이뤄졌던 만큼 보강 수사를 통해 혐의 역시 일반 살인에서 ‘보복 살인’으로 변경될 수 있다. 전씨는 영장실짐심사 이후 다시 서울 중부경찰서로 이동, 추가로 조사를 받게 된다.

한편 중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약 2시간에 걸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숨진 A씨의 부검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부검 결과 구두 소견은 ‘흉기에 의한 상처’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