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증권사를 찾은 자산가 B씨. 안전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찾던 그는 장기국고채(장기채)에 투자하면 몇 년 후에는 상당한 매매차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들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국면에 진입한 만큼 금리가 더 떨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올해까지는 보유기관과 관계없이 분리 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매력에 B씨는 서둘러 만기 10년짜리 국고채에 10억원 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C증권사가 자산가 A씨와 B씨에게 판매한 물가채와 장기채는 어느 한 쪽 수익이 커지면 다른 쪽은 기대수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증권사는 판매수익을 올렸지만, 고객 두 명 중 한 명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런 사례처럼 개인 채권투자 열풍이 불자 증권사들이 수익을 올리려 과열 마케팅을 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최근 채권 값이 과도하게 올라 뒤늦게 채권투자에 뛰어든 개인들은 낭패를 볼 수도 있다.
◇ 개인 채권투자 열풍+증권사 과열 마케팅‥곳곳서 부작용 우려
그러나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물가채와 장기채처럼 상반된 구조를 가진 상품이 모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고객에게 파는 게 대표적이다. 물가채와 장기채는 상반된 물가전망을 기반으로 하는 상품이다. 장기채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은 결국 경제가 침체된다는 전망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곧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물가가 오르리라 기대하며 물가채를 구매한 소비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에는 장기채 투자자가 손실을 본다.
◇뒤늦은 채권투자 낭패볼수도‥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 현혹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물가채의 높은 수익률도 상품 자체 특성보다는 금리가 내려가면서 생긴 매매 차익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물가채가 아니라 일반 채권을 샀다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라며 “마치 물가채를 사서 고수익을 올린 것처럼 포장하니 이상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장기채도 이미 가격이 과도하게 올라 채권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9월 첫발행된 국고채 30년물의 경우 2.95% 판매됐던 채권 금리가 최근 3.10%까지 뛰었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이미 400여만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투자는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이자 수익을 얻거나 정기예금+알파를 추구하는 정기예금의 대체재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