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금리가 높기는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서브 프라임 업체를 찾았다. "은행에서 `노`라고 말할 때 우리는 `예스`라고 말한다"를 모토로 내걸고 손님 끌기에 바빴던 서브 프라임 전문업체도 "좀 보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유는 은행과 다를 바 없었다. 물가를 감안하면 집값은 실질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함부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줬다가 이자를 갚지 못하면 그 부실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집값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이것이 바로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이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수다. 물론 미국 상무부나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서도 주택가격을 계량화해 정기적으로 발표하지만 OFHEO의 지수가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값 파악?..패니매·프레디맥 활용해볼까
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은 미국내 주택경기를 부양하고 모기지 파이낸싱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건정성을 감독, 주택금융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내에 독립 기관으로 설립됐다.
패니매와 프래디맥의 감독을 맡고 있는 만큼 주택가격의 얼마까지를 담보로 인정해주는가를 나타내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을 반영한 지수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상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동급주택 가격지수`(CQHPI)나 연방 정부가 활용하는 민간 연구소의 주택가격 지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계치 산정에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통해 이뤄지는 모기지 거래 데이터를 활용키로 했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모기지 거래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보다 정확한 주택가격 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FHEO는 지난 96년 3월부터 `HPI`(house price index)를 분기별로 내놓기 시작했다. 이후 매분기가 끝나면 약 두달 후에 HPI를 발표해왔다.
OFHEO는 기본적으로 프레디맥과 패니매로부터 모기지 자료를 받아 이를 기초로 HPI를 산정한다.
HPI에는 단독주택만 반영되며 콘도나 다세대주택, 공동주택 등은 제외된다. 또 패니매나 프레디맥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면서 일정 규모 이하인 `컨포밍 론`과 연방주택관리국(FHA) 등 정부 기관이 보증하지 않은 모기지만을 대상으로 한다. `컨포밍 론`은 41만7000달러(96년 기준) 이하의 모기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 이상은 `점보 론`이라고 부른다.
OFHEO는 이를 기초로 75년 1월 이후부터 두번 이상의 모기지가 발생한 단독주택의 가격 변화를 추정한다. 이처럼 동일한 주택에 대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거래를 추종하기 때문에 매 조사때마다 대상 주택이 들쭉날쭉한 경우 생길 수 있는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 미국 전역에 걸쳐 일어나는 모기지를 기초로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주택가격지수보다 샘플범위가 넓다.
상무부 지수는 연간 1만4000건의 신규 주택 판매 및 판매의뢰건수를 기초로 작성된다. 이에 비해 OFHEO가 처음 발표했던 HPI 지수는 95년 12월 당시 690만건의 모기지를 기초로 했다. 지난 32년간 반복적으로 일어난 모기지 건수는 3100만건에 달한다.
S&P에서 발표하는 `케이스-쉴러 지수`는 최근 미국 전역의 분기별 주택가격을 반영한 지수를 고안해 지난 27일 처음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전까지는 10개 대도시 및 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한 지수만을 내놓았었다. 미국 전역의 주택경기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했다.
이렇게 산출된 HPI지수는 부동산 분석기관이나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제공되며 모기지 파산율, 조기상환, 주택구입능력 등을 측정하는데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HPI는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단독주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약점이다.
◇집값으로 점친 주택경기..어디로?
그렇다면 OFHEO가 1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주택가격은 어땠을까. 작년 4분기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전분기에 비해 1.1% 올랐다. 3분기 1% 오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작년 한해동안의 상승률은 5.9%로 지난 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재작년에 13% 올랐던 것에 비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상당히 둔화된 것이다.
OFHEO의 제임스 B. 록하트 이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다"며 "과거 역사적인 평균치 수준"이라고 말했다.
OFHEO는 주택가격이 그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주택경기는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높다. 특히 부동산 붐 당시 앞다퉈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브 프라임 업체들의 파산이나 폐업이 줄을 잇고 있고 이에 겁먹은 업체들은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우대금리인 프라임 모기지와 서브 프라임간 중간 단계인 `알트-에이` 모기지 파산율도 증가하는 등 모기지 업계에 부실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주택시장 유동성 공급에 핵심 역할을 했던 프레디맥까지 최근 서브 프라임 관련 채권 매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주택 구입자에서부터 건설업계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주택가격 지수는 OFHEO의 홈페이지(http://www.ofheo.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