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형달]
* 바꾸지 말자 . .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 국민의 “재테크 전사화”라고 할 수 있고, 그 중에서 법원경매에 관한 일반의 시각이 상당히 달라졌음이다. 즉 유망한 재테크 수단으로서 법원 경매가 한창 각광을 받고 있다.
법원경매가 다른 어떤 종목보다 높은 수익을 구조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결과에서도 반드시 그러한가에 대해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였으면 한다.
무슨 말인가, 건달 되기 쉽고 사람 망가지기 좋은 일을 열거해보라고 하면 아마도 부동산 경매가 그 첫자리를 바로 차지할 것이다. 주식은 끊임없이 공부하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하고 데이트레이딩을 하시는 분이라면 세계 증시의 상황까지 훤히 꿰뚫고도 판판히 깨지고, 부동산 중개업도 부동산 경기가 좋든 아니든 아침에 출근해서 청소 깨끗이 하고 하루 종일 손님을 기다려야 하지만 경매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기본적인 공부만 확실히 해 놓으면 이 일처럼 시간이 많이 남아돌면서 높은 수익을 올리는 분야도 드물다.
* 세상이 너무 많이 좋아졌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물건 하나 조사하려면 차를 가지고도 하루에 한건 제대로 조사하기가 어려웠다. 현장 답사해보고 마음에라도 들면 해당 등기소로 직접 가서 등기부등본 한통 떼 보는데도 한나절이 걸렸고, 구청에 가서 해당 서류 발급받는데도 마찬가지였고, 거기다가 동사무소에 가서 전입자 세대 열람까지 마치려면 혼자서 하루로는 도저히 부족했다.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이야 등기부등본도 집에서 무료로 확인할 수 있고, 물건명세서, 감정평가서, 토지이용계획확인원, 임차인의 임대차현황조사도 대법원 사이트에 떠 있어 비용하나 안들이고 경매법원, 구청, 동사무소 갈 필요 없이 한 물건 기본사항 검색하는데 5분이 채 안 걸린다. 유료사이트에 가입하는 등 마음만 먹는다면 제주도의 임야까지도 5분이 채 걸리지 않아 입찰여부까지 결정이 가능하다. 바쁠 이유가 별로 없다는 여기에 문제가 숨어있다.
* 자기부터 관리하라
전날 저녁 늦게까지 술 마시고 덜 깬 몸을 이끌고 술 냄새 풍기며 새벽 버스, 지하철로 출근할 일도 없고, 누구 눈치 보며 9시 출근시간 맞출 일도 없다. 종자돈 1억 원 정도 가지고 1년에 2~3건 낙찰 받아 처분하면 1억 원 정도의 이익을 올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는 것이 부동산 경매이고 보니, 가끔은 자기관리가 안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즉 집에 인터넷만 연결하고 일년에 2~3건만 낙찰 받아 처분하면 정말 바쁠 일이 하나도 없지만, 그것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장의 역할이 돈만 잘 버는 것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기본적인 부분에서의 역할 수행이 안 되면 곤란하지만, 돈 잘 번다고 아빠가 평일에 잠옷차림으로 집안을 배회해서는 자녀교육에 좋을 일 하나 없다. 어디로 나가든지 아침에 출근해서 가능하면 저녁에 늦게 들어갈수록 집안이 화목해진다.
마땅한 곳이 없는 분이라면 몇 사람이 공동으로 조그마한 사무실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놀더라도 여기서 놀고, 신문도 여기서 보고, 공부도 하고, 경매물건 검색도 여기서 하는 것이 길게 보면 비용측면에서 훨씬 잘했다고 무릎을 칠 날이 온다.
* 돈 벌어도 바꾸지 말자
돈 잘 벌면 남자들이 바꾸는 것이 몇 가지 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멀쩡하게 잘 굴러 가는 자동차 바꾸고, 살던 집 바꾸고, 조강지처 대신 소속도 알 수 없는 젊은 처자에게 안방까지 맡기고, 거기다가 친구에 술집도 술도 바꾼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 경매로 돈은 벌었을지 모르지만 자식들이 보고 배울 것은 뻔하고 마누라인들 가만히 있겠는가, 가정은 그렇게 무너지는 것이다.
돈 번다는 말은 많이 듣는데 부자 되었다는 말은 듣기 어려운 것이 이 업종의 특성이다. 번 돈으로 지속적으로 낙찰 받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분들도 계시지만, 유독 한탕 대박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또한 사실로, 이런 경향은 부동산 업종 중 특히 경매에 종사하는 아저씨(?)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10여년 가까이 경매 관련된 부동산 일을 하다보니 주변에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보면 볼수록 자기관리가 부동산 경매로 돈 벌기보다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돈이 세상살이의 전부는 아니지 않는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체계적인 재투자하지 않고 주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남고 뒤로는 까지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아주 잘 어울릴 수도 있는 것이 경매가 아닌가 한다.
수익률 높은 재테크에서 잘나간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개인의 독이 이미 깨져 있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