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 10개 나온다면 3~4개는 반(半)전세, 아니면 월세입니다. 전세금 들고 있어봐야 은행에 넣기도 어중간하고, 임대수익이나 올리자는거죠"
서울 강남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자 김모씨(54)가 전하는 말이다. 유례 없는 전세난은 전세시장 구조 자체를 흔들고 있다. 수십년간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로 자리잡은 전세 대신 이른바 `반전세`(전세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는 방식)나 월세로의 전환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 강남 전세 매물 30% 가량 보증부월세
1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에서 최근 매물로 나오는 전세의 30% 가량이 보증부월세(반전세+월세) 형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잠실의 한 중개업자는 "전셋값이 4억5000만원인 경우라면 보증금 2억원에 월 120만원하는 반전세가 10% 가량, 5000만원에 월 200만원인 월세 형태가 20~30% 가량 된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전세금을 은행에 넣어도 이자수입이 많지 않고, 향후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퇴색한 게 월세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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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부월세 비중을 보더라도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12월 37.2%로 전년 동월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6대 광역시는 46.9%로 4.2%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지방이 상대적으로 수도권에 비해 집값 상승 기대감이 많지 않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향후 집값 전망이 월세 전환의 주된 변수가 되는 셈이다.
집주인들의 이런 사정과 달리 매달 꼬박꼬박 월세 부담을 져야 하는 수요자 입장에선 최대한 월세를 회피하려 한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임대인이 내놓는 반전세 물량 중 절반 가량만 계약된다"면서 "임차인이 집주인을 설득해서 반전세를 전세로 바꾸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세 비중의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전세가 유효했던 것은 집값 상승을 기대하고 목돈을 쥐어보려는 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전세금이 주택금융 역할을 했으나 주택금융 시장이 계속 발전하고 있고, 은퇴한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등 전세는 축소되는 쪽으로 방향성이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기본적으로 매매시장이 살아나야 전세 문제도 풀릴 수 있다. 반전세나 월세가 늘어나면 서민들은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