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세이)4월은 잔인한 달?

  • 등록 2009-03-31 오후 2:53:38

    수정 2009-03-31 오후 2:53:38

[이데일리 하태민 칼럼니스트] 주식투자에 경험이 많은 분들은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말씀을 자주 한다. 4월에는 대체로 주식시장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다. 통계적으로보면 7, 8월이 일 년 중 가장 상승률이 적은 시기인데, 4월도 좋은 편은 아니다. 왜 그럴까?

기본적으로는 3월이라는 시기적 특성에 기인한다. 3월에는 증권계에는 인사이동의 시기다. 3월말 주가를 기준으로 펀드 성적표가 매겨지고 그 결과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평가가 나쁠 펀드매니저는 회사 내에서의 입지 약화를 예상하고 일찌감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다. 성적이 좋은 펀드매니저는 스카우트 대상이되며 또 보따리를 싸는 경우가 많다. 애널리스트들도 마찬가지다. 성적표가 좋은 애널리스트는 그들대로, 나쁜 애널리스트는 또 그들대로 서랍을 정리할 경우가 많다.

이렇듯 인사이동의 시기이기에 펀드성적표가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들은 일반적으로 많이 오른 종목은 월중반부터 이익실현에 나서고, 보유종목 중 평가손이 큰 종목들은 매수에 나서며 3월말 종가 관리에 나선다. 후유증을 감수하고라도 3월말 수익률은 최상으로 만들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4월은 그 대이동이 일단락되고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펀드를 맡은 펀드매니저들은 전임자의 주식 중 마음에 들지 않는 종목은 일단 파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거나 평가손이 큰 주식들을 중심으로 매도하여 손실을 확정함으로써 전임자의 잘못을 확정해버리는 것이다. 현금화된 돈으로 새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신의 새로운 성적표를 만들려하기에 4월에는 기관들이 매도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 4월부터는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본격화된다. 3월말까지 주주총회를 마치고 연초에 계획한 투자에 본격 나서는 것이다. 설비투자 자금을 위해 금융기관에 맡겨놓은 자금을 찾거나 새롭게 증자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다. 배당금 마련도 물론이다.

이런 시기적 특성을 감안한다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은 크게 틀리지 않는 말이다.

특히 올해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할 전망이다. 급속한 경기 위축을 경험한 세계경제가 조금씩 풀릴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다분히 심리적 호재에 불과하다. 주식시장은 근본적으로 수급이 중요하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서는 신규 자금의 유입이 핵심이다. 그런데 그런 조짐은 없으며, 기대하기에도 환경이 좋지 않다.

특히 올해는 작년의 기록적인 펀드 손실로 유난히 펀드매니저들의 자리 이동이 많다. 투자자들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기록적인 손실을 보았고 현재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평가손실 상황이기에 개인투자자들의 주식형펀드 신규 자금 유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에서 3월 코스피지수 상승률이 20퍼센트를 넘고, 코스피지수가 1,200포인트대에 올라서며 오히려 환매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지난 1,2월에도 1,200대를 넘어서자 국내주식형펀드의 환매가 2천억 안팎으로 발생했고, 환매 자금 마련을 위한 기관 매도가 나오면서 다시 1,200대 아래로 내려섰었다.

3월은 세계증시의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코스피지수 뿐만 아니라 다우지수, 홍콩H지수, 대만 자취엔 지수 등 대부분의 대표지수들이 20퍼센트 이상 급등하며 지난 2년간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막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될 조짐과 주가 상승을 동일시하는 오류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경기 회복 조짐은 심리적인 대형 호재이지, 주가 상승은 실질적 수급 개선이 수반되어야 하는 영역이다. 수급 개선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막연한 낙관은 오히려 또다른 화를 입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3월 주가 상승폭이 크기에, 4월은 의외로 고통스러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기 회복의 기대감은 이미 3월의 급등으로 충분히 반영되었는지도 모른다.

(하태민 ㈜아크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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