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고도화 설비 증설 경쟁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현대오일뱅크도 2012년까지 고도화 설비에 2조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 39만 배럴의 정제능력 중 6만1000배럴의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고도화 설비 투자가 완료되면 총 13만5000배럴 규모의 고도화 설비를 갖게 된다.
고도화설비는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벙커C유 등 저급 중질유를 재처리해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경질유 제품으로 뽑아내는 장치다. 최근 경질유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는 반면 중질유 가격은 수급 악화로 제조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경질유 비율을 높여주는 고도화 설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가 정유사들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키포인트가 되고 있다.
SK(주)도 자회사인 인천정유를 통해 앞으로 3년간 1조 6000억원을 투입, 고도화 설비 보강에 나설 예정이다. SK(주)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좋은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고도화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고도화 설비 완공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도화설비 확보면에서는 국내 정유사들 가운데 가장 앞서있는 S-Oil(010950)도 2010년까지 충남 서산에 48만배럴 규모의 정유 공장과 하루 평균 15만 배럴을 처리할 수 있는 추가 고도화설비를 지을 예정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자금은 약 3조6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석유제품 가격이 너무 높다는 국민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유사들이 가격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고도화 설비 부족으로 인한 마진율 저하를 꼽을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20달러 전후일때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고도화설비를 짓는 것이 고민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이제는 고도화 설비 투자는 필수고 얼마나 빨리 고도화설비를 완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