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은 "ELS 등 구조화상품을 아예 못하게 하는 게 아니고 불완전 판매나 상품 자체의 위험때문에 향후 생길지 모를 대규모 민원을 사전에 막자는 취지"라며 "조만간 상품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후 제한을 풀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뭐가 문제였나
금융감독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최근 증시의 변동성이 커져 ELS펀드와 관련된 대규모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설정된 ELS펀드들의 수익보상(Pay-off) 구조를 조사한 결과 주가 급락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개연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번 판매 중단 조치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에 판매된 대부분 ELS펀드들의 상품 구조가 향후 주가의 지속 상승에 무게를 두고 설계돼 주가 급락시 원금 손실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한 또 한가지 큰 문제는 이 상품의 구조에 대해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이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이 상품을 판매할 때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안전하면서도 은행이자보다는 2배이상 높은 수익률을 준다고 광고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하나은행 PB를 통해 판매된 ELS펀드 원금 손실의 예에서 보듯 예상치 못한 주가 구간에 진입할 경우 순식간에 원금의 절반을 까먹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반 투자자들이 어렵고 복잡한 용어로 된 ELS펀드 투자설명서를 읽고 이해하기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ELS펀드 상품 자체의 본질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일반 주식형이나 채권형 펀드와 달리 이 펀드는 상품 설계시 이미 상품의 수익보상 구조가 결정돼 있어 운용의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의 운용역량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는 펀드상품과는 본질상 다르지 않느냐 하는 지적이 그것이다.
특히 최근 주류로 부상한 투스타류의 개별종목ELS는 펀드 자금의 대부분을 파생상품 하나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펀드의 본질적 미덕인 '포트폴리오 분산투자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금감원은 지적한다.
더군다나 파생상품의 본질상 주가 방향성이나 변동성에만 의지해 예상치에 맞으면 목표수익률을 배당하고 그렇지 않으면 손실을 보는 복권 형식의 상품이 최근 펀드상품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문제란 지적이다.
◆ 공개될 가이드라인 내용은
금감원은 조만간 파생상품펀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계와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자산운용감독국장은 "이번 파생상품 가이드라인은 ELS펀드와 같은 구조화(Structured) 상품과 관련된 제도,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추가적인 내용 보완을 통해 일괄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국장은 다만 대략 2가지 내용에 대해서는 간접화법을 통해 언급했다. 하나는 구조화펀드에 편입되는 파생상품의 발행자(장외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는 국내외 투자은행) 위험에 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파생상품의 프라이싱(pricing) 문제다.
프라이싱 문제는 펀드에 편입하는 장외파생상품의 시장 가격이 존재하지 않아 발행자 위주로 가격이 결정되는 점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 시장이 국내 수요가 해외 투자은행의 공급을 훨씬 초과하는 구조여서 발행자가 쉽게 수수료 장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이와 함께 파생상품의 실제 운용주체(발행자) 실명화, 고객에 대한 '원금손실 발생가능 범위에 대한 고지 확인서 제도' 등 ELS펀드 손실로 인한 고객 피해를 막기 위한 방안을 가이드라인 내용에 포함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 투자자와 업계에 미칠 파장은
관련업계는 일단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 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발행자에 대한 규제나 고객에 대한 '원금손실 발생가능 범위에 대한 고지 확인서 제도' 등은 다분히 시장을 위축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운용사 한 관계자는 "일단 확정된 가이드라인을 봐야겠지만 현재로서는 여전히 ELS펀드에 대한 고객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향후 재허용시 ELS펀드를 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고객에 대한 원금 손실 발생 가능 범위에 대한 고지 확인서'와 같은 제도는 단지 이 상품이 안전하다고만 생각하던 고객에 대한 주의를 환기 시킬 것이기 때문에 다소간의 시장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업계측면에서는 C운용, J운용 등 파생상품펀드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자산운용사들의 경우 올 사업계획이나 파생상품 관련 부서 인원 축소 등 비즈니스 자체의 중단 위험을 염려해야 할 상황에 처하는 등 당장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