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보 매각..한번의 실패 그리고?
4년여에 걸친 분식회계 등으로 골병이 든 가네보 그룹은 지난해 유일한 `흑자사업부`인 가네보 화장품을 동종업체 가오에 매각키로 결정했다. 양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300억엔의 매출을 내는 화장품사로 시세이도의 아성을 위협하게 된다.
그러나 야심찬 M&A 계획은 가네보 노조의 격렬한 반대로 무위로 돌아갔다. 가네보 경영진은 노조의 요구에 굴복, 화장품 사업부 매각 대신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로 결정했다. 화장품 사업부를 분리, 정부산하 기업회생기구(IRCJ) 관리하에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2년여의 구조조정을 통해 전열을 정비한 가네보는 IRCJ의 주도로 다시 값비싼 매물로 시장에 나왔다. 한 때 실패한 딜의 주인공이었던 가오는 물론 10여개 국내외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 가네보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가오 인수 유력
파이낸셜 타임스(FT)는 IRCJ가 지난 15일 입찰 제안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일본 시세이도와 가오, 고시를 비롯해 `SK-II`로 유명한 P&G, 로레알 등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 향료업체 ST케미칼, 식품사 롯데 등 타업종의 기업들도 포함됐다.
시장은 한때 인수를 합의했던 가오가 인수자로 가장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오자키 모토키 가오 사장은 "우리의 기술력과 가네보의 영업력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은 변함없다"며 2년전 인수가 좌절된 이후에도 가네보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업계 4위 코세도 인수 의지를 불태우고 있어 가오의 승리를 속단할 순 없다. 코세나 가오가 가네보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일본 화장품 업계는 시세이도-가네보(+가오) 혹은 시세이도-가네보(+코세)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다.
시세이도 역시 인수 의사를 표시했지만, 인수에 성공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FT는 시세이도가 가네보를 인수할 경우 일본 반독점법에 위반하는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