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백종훈기자]
"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economy", 즉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경제격언이 있습니다. 1970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론경제학의 거장, 폴 새무얼슨이 한 말입니다. 이는 맨큐의 경제학 등 국내외 경제학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산업부 정보통신담당 백종훈 기자는 "There is no such a free lunch in DMB"라고 말합니다. 그 까닭을 들어보시죠.
최근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에 한 국민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DMB에는 크게 위성DMB와 지상파DMB가 있습니다. 이는 전파를 송출하는 방식의 차이로 구분되는 것인데, 쉽게 말해 위성을 띄워 전파를 쏘는 방식이 위성DMB이고 남산타워와 같이 기존TV·라디오 송출탑에서 전파를 쏘는 방식이 지상파DMB입니다. 지상파DMB는 `T-DMB`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한국형DMB`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지상파DMB는 오는 7월경, 위성DMB는 이달 10일 시험서비스가 시작돼 관련 산업에 거는 국민적 관심이 큽니다. DMB는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의 약자로서 7인치 이하의 다양한 단말기 화면을 통해 서비스될 신개념의 통신·방송융합서비스입니다.
진대제 정통부장관은 6일 방송위원회와 지상파방송3사, TU미디어, 삼성전자·LG전자·픽스트리 등 제조사, 정보통신연구진흥원, ETRI(전자통신연구원) 등 관계자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DMB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민관합동 해외마케팅 추진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진 장관은 우리의 지상파DMB(T-DMB)를 CDMA에 이은 새 수출전략상품으로 육성하자고 할 정도입니다.
위성DMB와 지상파DMB(T-DMB)간 차이점
위성DMB는 전국에 동일한 주파수로 동시 방송이 가능한 반면, 지상파DMB는 지역에 따라 다른 주파수로 방송됩니다. 특히 지상파DMB는 현재 주파수가 부족해 수도권에서만 먼저 서비스될 예정입니다.
송출방식 외에 두 DMB 서비스의 차이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위성DMB는 비디오 14개 채널, 오디오 22개 채널 등 총 36개 채널이 방송가능하고 지상파DMB는 비디오 6개 채널과 오디오 18개 채널, 데이터방송 6개 채널 등 총 30개 채널이 방송가능합니다.
이외에 소비자 입장에서 두드러진 차이점이 하나 있습니다. 위성DMB는 `유료`서비스고 지상파DMB는 `무료`서비스라는 정책방향입니다. 하지만 이 차이점은 두고 봐야할 `현재진행형`인듯 합니다. 지상파DMB(T-DMB)가 무료로 서비스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나아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뜨겁기 때문입니다.
지상파DMB `무료` 명분과 전제는…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위성DMB와 달리 지상파DMB(T-DMB)를 무료서비스로 정한 것은 나름의 이유와 논거가 있습니다.
먼저 지상파DMB가 지상파TV방송(VHF) 12번과 8번 채널을 쓰기 때문에 국민의 `보편적 서비스`라는 논거입니다. TV방송 채널을 빌려쓰는 지상파DMB는 `보편적 방송`일 수 밖에 없다는 거죠. 그러니까 국민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으로 더 큰 차원에서 주파수는 한정된 국가자원이자 공공재이므로, 수익사업에 치우치면 안된다는 논거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지난해 7월 정통부와 방송위가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미국식`으로 결정한 것도 배경이 됐습니다. 두 기관은 디지털TV 전송방식에 있어 유럽식을 배제하고 미국식을 택하기로 결정하면서, 그 대신 `미국식` 전송방식이 이동성이 약하므로 지상파DMB로 보완하자고 합의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TV는 지상파TV방송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디지털TV가 재전송될 지상파DMB 역시 지상파TV처럼 공짜여야 한다는 것이 정책기조가 된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들에 대한 반론은 이렇습니다.
"지상파DMB는 보편적 서비스, 즉 전통적 의미의 방송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상식적으로나 경제학적으로나 공공재로서의 방송은 `배타성`이 있으면 안되고 `일방성`이 있어야 합니다. TV는 단말기만 사면 방송국에서 시청을 제한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상파DMB는 접속 ID나 패스워드를 막으면 시청을 제한할 수 있죠. 또 모든 사람이 일방적으로 똑같은 내용을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니며, 30여개의 채널로 저마다 다른 내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지상파DMB는 통신적 요소가 융합돼 `배타성`과 `개인성`이 강조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주파수를 쓰는 산업은 지상파DMB만이 아닙니다. 경쟁서비스인 위성DMB도 있지요. 게다가 지상파DMB도 위성DMB처럼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은 현실에서, 무료서비스를 고집하는 것은 시장기능을 왜곡하는 처사라는 것입니다. 적자 누적이나 무임승차 등 시장기능 왜곡은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해를 끼칩니다. 소비자는 유료라도 저렴하고 서비스 질이 좋으면 그만입니다.
미국식 디지털TV 전송방식이 부족한 이동성을 보완한다는 것도 소비자들의 관심사항이 아닙니다.
`공짜 방송`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사실 방송을 공짜로 보고 있지 않죠. 국민들은 전기료와 첨부된 수신료를 내거나, 엄청난 양의 광고를 보면서, 즉 광고를 보는 시간과 기회비용 등 댓가를 지불하고 TV를 봅니다. 형태만 다를뿐 `공짜`는 아니죠. 일종의 `준 유료`서비스인 것입니다.
어떠한 방송이 `준 유료`의 형태로 서비스되려면 몇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합니다. 먼저 광고를 일정 비율 확보할 수 있는 시청자 확보능력, 궁극적으로 컨텐츠 생산능력이 있을 것. 그리고 광고수익이나 수신료만으로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할 것. 이 두가지 전제가 있기 때문에 기존 방송3사는 `준 유료`로 방송사업을 유지·발전시킬수 있었던 것입니다.
지상파DMB 무료서비스, 과연 가능할까
그렇다면 지상파DMB는 `유료`를 거부하고 광고수익만으로 버틸 여건이 될까요.
제가 "공짜 DMB는 없다"고 보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첫번째 전제를 따져보죠.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청년실업뿐만 아니라 광고시장이 극도로 위축됐습니다. 기존 지상파방송들도 수익이 급감하고 있죠. 모 방송사의 경우 지난 분기에 순익이 87%나 감소했고, 그 주된 이유중 하나가 광고수익 부진이었습니다. 경쟁서비스인 위성DMB에서 36개 채널이 쏟아져 나올때, 지상파DMB가 광고로만 투자비를 뽑아낼 수 있을까요.
다음으로 두번째 전제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지상파DMB가 소규모의 투자만으로 안정적인 방송송출이 가능할까요. 초기에는 총 투자비 2000억원에 달하는 위성DMB에 비해, 지상파DMB는 대규모의 투자까지는 필요없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비용요소가 커, 수도권에서 500억원 가까이 중계망 구축비용이 든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지상파DMB는 고주파로서 직진성이 커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Hole)이 꽤 많습니다. 이를 메꾸고 안정적인 방송을 보기 위해서는 중계기(갭필러)를 곳곳에 세워야 합니다. 게다가 지하철 속이나 건물내 수신도 별도의 소규모 중계기가 있어야 전파가 수신될 수 있어, 초기 시설투자비용이 500억원 가량 든다는 얘깁니다.
새로운 통신방송융합서비스인 지상파DMB가 `공짜`라는 것, 듣기에 참 매력적이긴 합니다. 30여개 채널에 이르는 다양한 컨텐츠를 이동하면서, 그것도 무료로 골라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니까요.
그러나 역시 `공짜 방송`이란 없습니다. 겉보기에 공짜로 서비스되려면 엄청난 양의 광고가 들어가야 합니다. 이는 이용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고, 무료서비스에 집착하다 보면 지나친 광고량으로 이용자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음영지역이 생겨 지하철, 건물내부, 골짜기 등에서 수신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DMB는 7인치 이하 화면으로 보는 `이동형`서비스입니다. 대부분의 이동형 서비스 이용자가 될 300만 지하철 고객에게 외면당한다면, 지상파DMB 사업성 확보는 어려울 것입니다.
지난해말 방송위원 중 1명은 "데이터방송의 경우 부분 과금을 검토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체회의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공짜 DMB란 없다..중계망 관련 `비용보전` 필요
MBC·KBS·
SBS(034120)·EBS 등 방송사들과
KT(030200)·
KTF(032390)·
LG텔레콤(032640) 등 통신사들은 지상파DMB 서비스를 위해 공동중계망을 구축하기로 지난달 29일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통신사들은 이동통신 기지국을 건설한 기술력과 자본으로, 지상파DMB 중계소와 지하·건물내부 중계기 설치를 방송사에게 제안한 것입니다. 문제는 500억원에 이른다는 중계망 구축비용이죠.
통신사들은 월 4000원 정액제 이용요금을 허용, 중계망 구축 비용을 보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방송위와 정통부에게 건의한 바 있습니다.(참고로 경쟁서비스인 위성DMB는 월 1만3000원 정도의 이용요금을 책정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4개 방송사 DMB 실무진과 3개 통신사 망관련 실무진은 오는 7일과 8일, 1박2일에 걸쳐 의정부 MBC연수원에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자리도 갖기로 했습니다.
"30여개 채널을 이동중에도 무제한으로", "광고방송외에 서비스 이용은 무료". 듣기에 참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불투명한 광고시장의 현실과 전망상 어려운 얘기죠.
그래서 저는 더욱 "공짜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은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정책 재량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여건적, 기술적 한계입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IT의 시험무대(Test-Bed)일 정도이며 우리 소비자들의 기대수준은 높습니다. 우리 소비자들은 광고가 넘치고 실내에서 자주 끊어지는 지상파DMB라면 원치 않을 것입니다.
더욱이 지상파DMB 기술은 유럽의 DAB(유레카-147)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발전시켜 만들어낸 `우리 기술`입니다.
이용자와 관련 산업, 또 해외진출을 위해서라도 지상파DMB의 경우 최소한의 중계망 투자비 보전은 허용돼야 한다고 보여집니다.